Sunday, March 15, 2015

[염재호 고려大 신임총장 "학점의 노예에서 벗어나라"]

사회는 '개척하는 知性' 원해
대학도 단순 지식 전달보다 학생들 문제해결력 키워줘야

집중 면접방식 등 도입해 私교육 덜 받은 학생 뽑을 것

"미래 인재를 키워내야 할 대학들이 20~30년 전 과거 지식을 가르치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그러나 과거처럼 한 가지를 배워서 평생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대학은 '개척하는 지성'을 길러내야 합니다."

염재호(60) 고려대학교 신임 총장은 '4수(修) 총장'이다. 지난 2006년 16대 총장 선거부터 시작해 네 번의 도전 끝에 지난달 제19대 총장에 취임했다. TV토론 진행자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그는, 고려대 행정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염 총장은 지난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학생 선발 개편, 유연 학기제 도입, 토론식 강의 확대 등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염재호 고려대학교 신임 총장은 12일 서울 성북구 고대 캠퍼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학생 선발 개편, 토론식 강의 확대 등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호 기자
 염재호 고려대학교 신임 총장은 12일 서울 성북구 고대 캠퍼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학생 선발 개편, 토론식 강의 확대 등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호 기자
―'개척하는 지성'이 뭔가.

"지금 많은 학생이 사교육에 의존하고 '헬리콥터 맘'(아이가 성장해도 헬리콥터처럼 주변을 맴돌며 참견하는 엄마)의 품 안에 갇혀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정형화된 지식을 전수받아 기업에 들어가 부속품처럼 일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어디에 먹을 것이 있는가 스스로 찾아야 하는 '21세기형 수렵 시대'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해결하는 '개척하는 지성'을 대학에서 길러줘야 한다."

―취업난이 심각하다. 학생들은 영어 성적 올리기가 더 중요하다고 할지 모른다.

"수능에서 하나 틀리면 2등급 받아 소위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는 못 들어간다. 너무 우스운 일 아닌가? 삼성의 고위 임원이 '우리는 카이스트나 스카이 출신을 우선적으로 뽑지 않는다'고 하더라.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정답 맞히기' 훈련만 받은 학생은 위험한 미션을 피하는 반면, 오히려 인지도가 떨어지는 학교 졸업생들이 훨씬 더 진취적이고 일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고 한다."

―우리나라 입시는 '실수 안 하기 경쟁'이다. 학생 선발 방법을 바꿀 계획은.

"사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를 뽑을 방법을 찾겠다. 지금까지 대학은 특목고 학생들 위주로 뽑아놓고, 학생 스스로 스펙 쌓고 취업하라고 방치했다. 이건 아니다. 덜 성숙한 학생들을 뽑더라도 대학이 잠재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예를 들면, 게이오대학의 후지사와 캠퍼스는 한 학과의 30% 정도를 교수들이 1년 내내 관찰해 뽑는다. 학생은 자기가 게이오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써내고, 교수들은 '이 애가 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아이를 직접 만나 집중 면접을 한다."

―대학 구조조정, 대학 입시 등에 대한 교육부 규제가 많다.

"정부 교육 예산 가운데 대학 분야는 10%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보편 교육(초·중·고) 중심으로 짜여 있다. 대학 예산도 대부분 국공립 대학에 투자한다. 사립대는 규제는 하면서 예산 투자는 안 한다. 고등교육은 이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는 기관이다. 정부가 고등교육 기관을 보편 교육의 틀로 보면서 '형평성'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다."

―대학 입시의 큰 틀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나.

"미국 하버드나 스탠퍼드는 SAT(미국의 수능) 만점 받아도 안 뽑는다. 점수보다는 잠재력이 있느냐를 본다는 얘기다. 우리도 대입 수시모집 대학별 고사(면접·논술)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테스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학원에서 준비할 수 있는 논술은 내면 안 된다."

―대학 교육방식은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지금까지는 강의실에서 지식 전수하고 숙제 내주는 식으로 가르쳤다. 그러나 앞으로 강의는 동영상 등을 통해 밖에서 보고, 강의실에서는 교수와 조교가 10~15명의 소규모 학생을 모아 문제 해결을 돕는 토론식 수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해야 학생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고, 잠재력도 끌어낼 수 있다. '유연 학기제'도 도입하겠다. 지금은 1년에 2학기인데, 교수 재량으로 1년에 3~4학기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렇게 하면 교수들이 외국과 공동 연구를 더 활발히 할 수 있고, 학생들도 외국에 나가 공부할 기회가 많아진다."

―3무(無) 정책을 도입한다고 했는데.

"올해부터 고려대에는 출석부, 시험감독, 상대평가가 없다. 교환학생 온 외국 학생들이 가장 의아스러워하는 게 수업시간 출석을 부르는 거다. 출석 체크는 그동안 교육부 지침이라 지속해 왔지만 올해부터 없애겠다. 지금까지 내 강의에서는 무감독 시험 원칙을 유지해 왔다. 학생들이 시험 시간에 무엇을 보고 쓸 수 있는 문제를 냈다면, 그건 문제를 잘못 낸 거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학점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의미로 절대평가를 도입할 것이다."

―세종시 제3캠퍼스 조성 계획은.

"세종 캠퍼스에선 미래 학문을 가르치려고 한다.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처럼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Entertainment Technology)나 ODA(공적 개발 원조) 관련 공공 컨설턴트를 키우는 국가 정책 대학원을 만드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약대는 세종 캠퍼스로 이전하고, 중·고 대안학교도 만들겠다. 세종시 제3캠퍼스는 2017년 개교가 목표다."

100자평

2015.03.16 09:38:26신고 | 삭제
일본식민지때 부터 길들여진 교육방식이 문제이다 유럽과 미국에 토론을 통한 문제 접근방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게 아니고 지금까지 지식저장만 가르치는 형태로 왜곡되었다! 우리 사회 소통갈등의 근본적 원인이다
2015.03.16 15:24:12신고 | 삭제
이 나라 여러 영역에서 이미 진행되었던, 혹은 진행 중인 개혁이나 변화가 적잖게 실패한 원인은 명분이 없어서, 방향성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본다. 구체적인 실행을 위한 접근법, 미시적 방법론, 시행 Idea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3무 정책이라는 것이 어떤 환경을 조성하는 간접적 방법이지 직접적으로 학생에게 영향을 주는 방법은 아니기 때문에 용두사미가 될 듯.
2015.03.16 14:29:02신고 | 삭제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토론수업과 경쟁없는 학점을 딴 후 그 학생은 졸업후에 과연 사회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 그리고 한국학생들이 토론 한 시간을 위해서 도서관에서 밤을 새워 준비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을까 ? 앞에서 말많이 떠드는 놈치고 실속있는 놈 못봤다...아무래도 고려대 학생들은 불쌍한 실험대상이 될 것같다...
2015.03.16 14:09:31신고 | 삭제
염총장의 생각은 우리 교육이 가야할 방향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전바적인 교육시스템은 물론 연세대의 현실이 영총장의 정책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불쌍하다. 돈키호테적 한건주의 총장의 마루타가 될 연세대 학생과 교직원과 동문들이~~ 참으로 가엽구나~~
2015.03.16 14:06:42신고 | 삭제
대학은 4년제라는 개녑부터 없애자. 필수학점 줄이고 선택과목 늘이자. 졸업장은 면허증이 아니며 실력은 자기가 쌓운 실력으로 일감만들어 가며 살아가야한다. 남의 회사직원으로 들어가는건 실력이 모자란 졸업생의 어쩔수없는 선택이란 풍조가 시작되도록 하자. 그래야 젊은이도 살고 사회가 살아나고 나라의 경쟁력이 생긴다. 이나라가 필요한건 정주영이지 정운찬이 아니다.
2015.03.16 14:04:46신고 | 삭제
주입식 학습도 공부의 노예지만 너무 창의성만 강조하는 것도 또한 창의성의 노예를 생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보리를 벼로 만들려고 아무리 토양을 잘 가꾸어도 벼가 되지 않는다. 한쪽에만 편중하는 것은 또 다른 모순을 잉태하게 된다. 특 교육은 한 사람의 생각에 흘러가면 독선과 위선이 된다. 극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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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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