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狂風 1년 짚어보니…
국내 취급점 57곳으로 늘어
카페선 비트코인 메뉴 출시… 대학 축제에서도 도입
전세계 5599곳서 사용 가능
해킹事故 잇따라 거품 꺼져
中인민은행 거래금지 조치, 유럽에선 "사용 조심" 경고
미래 전망 엇갈려
"사용자 늘면 다시 값 오를것"
"보안에 문제… 어찌 믿고쓰나"
서울 송파구 카페 '제카'에서는 미트볼과 아메리카노 커피세트를 '비트코인 메뉴'라고 부른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결제 가능한 음식이다. 7900원이라는 가격 옆에 0.0081BTC라고 써있다. BTC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단위. 가격은 시세에 따라 바뀐다. 제카는 지난해 말부터 현금과 비트코인을 함께 받았다. 초반 3개월 동안 200여건이 결제될 정도로 비트코인 사용자가 많았다. 요즘은 한 달 평균 30건 정도로 줄었다.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은 최근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종수 사장은 "한 달에 20여건 정도는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됐는데 약 3개월 전부터는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래 화폐 등장? 투기 열풍도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사이버 머니이다. 동전·지폐 대신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 화폐가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비트코인은 아직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한 네티즌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은 한번 구입하면 복잡한 외환 거래를 거치지 않고 전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다. 비트코인은 돈으로 사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특정 과제를 해결하는 경우 무료로 얻을 수도 있다.
지난 22일 기준 1비트코인의 가격은 391달러. 지난해 10월 최고가를 경신했던 때의 3분의 1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인터넷상 숫자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치가 폭락과 폭등을 반복한다. 1비트코인이 100달러에서 1000달러를 훌쩍 뛰어넘기도 하고 다시 100달러로 폭락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당시 의장이 "가상화폐가 합법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국제 상업거래를 촉진할 잠재력이 있다"고 하자 1비트코인은 1200달러까지 치솟았다. 미래의 화폐가 탄생했다는 전망과 함께 투자자들이 몰렸다.
◇안전성·해킹 문제가 관건
하지만 비트코인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잇달았다. 지난해 12월 중국 인민은행이 "투기성이 강하고 가격 변동이 지나치다"며 거래를 금지했고 유럽에서도 비트코인 사용을 주의하라는 경고가 나왔다.
해킹 사건도 잇달았다. 지난 2월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 곡스에 '도둑'이 들어 고객의 85만 비트코인을 싹쓸이해갔다. 인터넷 보안망을 뚫고 들어온 '해커'들의 소행이었다. 회사는 파산했다. 이 사건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10분의 1 수준까지 급락했다.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이 실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된 지도 약 1년이 되어간다. 비트코인의 미래는 여전히 밝을까.
비트코인을 받는 매장은 늘었다. 비트코인 사용 상점 정보를 모아둔 코인맵에 따르면 22일 현재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매장은 전 세계에 5599개, 한국에는 57개가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비트코인 취급 매장은 전 세계 1200여곳에 불과했다. 한국에선 당시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첫 매장이 등장했으니 11개월 만에 사용 가능한 곳이 56곳이나 늘었다.
지난 9월엔 한양대에서 국내 대학 축제 최초로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했다. 학생 벤처 기업인 코인비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코인톡을 이용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각자의 휴대전화를 갖다 대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졌다. 이우현 코인비 대표는 "지금까지 960명이 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카페 세도나의 경우, 여전히 한 달에 50만~60만원어치의 매출이 비트코인으로 들어온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 '비트코인으로 임대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 화제를 모았다.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이 건물은 비트코인으로 임대료를 받겠다고 한 뒤 문의가 3배 이상 늘었다.
◇장밋빛 미래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그러나 비트코인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지는 않는다. 환전할 필요가 없는 단일통화, 인터넷을 이용한 간편한 결제 방법 등이 부각되며 가치가 폭등했지만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이 통제하지 않는 화폐라는 점에서 '안전성' 문제가 크다"며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돈을 어떻게 믿고 쓰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현재 7비트코인을 갖고 있다는 회사원 김모(37)씨는 "비트코인 매장이 많아지고 사용이 활성화되면 가격이 다시 오를 거라 기대해 팔지 않고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호 고려대 정보대학 소프트웨어융합전공 교수도 "지금은 신용카드처럼 기존 화폐의 보조 수단 정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점차 사용자가 늘어나면 일상 화폐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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