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미혼남 A(32)는 본인의 저축금에 부모가 보태준 돈으로 소형 아파트를 샀다. 이후 달라진 자신의 상황에 가슴이 뿌듯하다.
예전에는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로 맞선 기회가 적었다. 요즘은 소개팅은 물론, 주변에서도 소개가 자주 들어온다. 게다가 만나는 여성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반면, ‘사’자 직업의 노총각 K(38)는 조급하고 초조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중매가 많이 들어왔고, 그런 자신감으로 미모나 경제력이 있는 여성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좋은 조건의 배우자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갈수록 중매 횟수가 줄어들고, 여성들의 반응도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전문직 종사자라는 이유로 회비를 내지 않아도 만남을 주선해주던 결혼정보회사들이 이제는 회비를 받거나 본인 소유의 집이 있는지, 자산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한다. 미팅 주선도 눈에 띄게 줄었다. 배우자 인기 직업이 이렇게 퇴장하고 있다. 여성들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직업은 교제 여부를 고려하는 요건은 되지만, 중요도가 점차 낮아지면서 더는 결정적 요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이웅진 소장은 “지난 3년간 이성과 만난 남녀 1만여 쌍의 미팅 결과를 분석해 보면 특정 직업이라고 해서 만남이 잘 주선되거나 교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비인기직업이라고 해서 교제율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배우자 인기 직업의 배경이 될 수 있었던 여성들이 더는 단순히 직업만으로 남성들을 선택하지 않고 느낌, 성장배경, 종교, 거주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안목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시대별 배우자 인기직업으로 1950년대에는 군인과 경찰관, 60년대에는 은행원, 70~80년대에는 대기업 종사자가 첫 손에 꼽혔다. 90년대에 들어서는 ‘사’자 신랑감의 인기가 급상승, ‘사자 신랑감=열쇠 3개’가 공식처럼 자리 잡기도 했다.
이웅진 소장은 “70년대에 이른바 졸부시대와 영웅시대가 공존했던 적이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늘었는데, 명예를 중시하던 시대적 분위기에서 직업과 학력 면에서 성공한 배우자가 집안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교육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이런 현상이 사라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에 살면서 공기업에 근무하는 여성 C(30)는 아무리 최고의 직업을 가진 남성이라도 느낌이 통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굳이 교제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가 확고하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행복을 위해 하는 결혼인데 직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중소기업에 근무하더라도 진지하고 인간성이 좋고 느낌이 통한다면 얼마든지 그 사람과 교제할 수 있어요. 돈은 나도 벌 수 있으니까.”
배우자 인기직업의 시대가 저문다. 배우자 선택도 종합평가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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