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29, 2013

청첩장 돌리기 미안했는데… 받은 사람 중 축의금 낸 사람 60%

경제
종합

[김대리의 뒷담화] 청첩장 돌리기 미안했는데… 받은 사람 중 축의금 낸 사람 60%

  • 회사원 김준(필명·에세이스트)
  • 입력 : 2013.09.29 21:37
    최근에 결혼한 L 대리는 결혼을 전후해 직장 내 인간관계에 관한 고민에 빠졌다. L 대리는 워낙 활발한 성격에 다른 부서와 협업하는 경우가 잦아 회사 안에서도 마당발로 소문나 있다. 그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하객이 너무 많을 것 같은데 예식장 규모가 작아서 걱정이다"는 호기로운 고민까지 들려주었다.

    결혼 전 회사에서 청첩장을 돌리며 L 대리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분명히 회사에 얼굴과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은 것 같은데, 그들이 과연 개인적 경조사를 알려서 초대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람인지 확신이 서질 않는 것이다. 즉, 결혼이라는 개인적 대사(大事)를 앞두고 생각할 때 청첩장을 주자니 '오버(over)'하는 것 같은 회사 직원도 있고, 청첩장을 안 주자니 결례를 범하는 것 같은 어정쩡한 관계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결국 L 대리는 찍어놓은 청첩장 가운데 50장 정도는 끝내 돌리지 못했다.
    
 [김대리의 뒷담화] 청첩장 돌리기 미안했는데… 받은 사람 중 축의금 낸 사람 60%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갔다 온 L 대리는 두 번째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청첩장을 돌린 사람은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라고 판단했는데, 축의금 명단에 빠져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가 회사에서 청첩장을 건넨 사람 중 축의금을 낸 사람은 60% 정도라고 한다. 어정쩡한 관계라고 판단한 사람은 빼고, 나름대로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청첩장을 건넨 사람들의 '친분에 대한 회신율'이 60%에 불과하다는 것은 L 대리에겐 일종의 충격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청첩장을 받아든 일부 직장 상사와 동료, 후배는 축하를 해주면서도 왠지 모를 어색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청첩장을 일종의 '세금 청구서'처럼 여겼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기도 다른 동료의 결혼식 때 그런 느낌이 든 건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 우리나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결혼 축하금을 일종의 빚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받은 축하금은 언제든 돌려줘야 할 빚인 셈'이란 것이다. 그래서 아주 절친한 사이가 아니면 '안 주고 안 받으면 되지'라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보낸 청첩장에 기꺼이 축하금을 보내준 60%라는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100자평

    2013.09.30 06:35:03신고 | 삭제
    아들 결혼식에 직접 관계 있는 서클 안에서 나중에 보답할 기회가 있는 분들에게만 청첩장을 보냈다. 그래도 알게 모르게 찾아온 지인들 때문에 결혼식장은 조촐하나마 부끄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예식장이 쓸쓸하더라"라는 뒷말이 들렸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야 성황이라고 부러워 하는 이런 관행이 끝나지 않는 한 관혼상제의 과부하와 서민의 고통은 지속될 것이다.
    2013.09.30 11:24:00신고 | 삭제
    대리정도 됐으면 그동안 회사내 얼굴 익힌 사람들 경조사를 어느정도 다녔을테니 그 사람들만 돌리면 되지. 자신은 안다니고 오기만 바란다면 기사와 같은 경우가 생길것이고.
    2013.09.30 09:08:22신고 | 삭제
    간단히 가족단위로 작은 결혼식을.... 관혼상제례 모두 그러하다. 하례와 허식이 아직 강하다.
    2013.09.30 07:53:47신고 | 삭제
    결혼식이 쓸쓸하더라라는 말이 안 나오게 하려면, 나는 축의금을 내었지만, 청청장을 돌리지 말고 가족들만 모여 식을 올리는 것이 좋다. 그러면 직장지인이나 친구들 중 대부분은 참신하게 볼 것이다. 지난번 조선일보에서 추진하던 작은결혼식 운동이 계속됐으면 한다.
    2013.09.30 06:35:03신고 | 삭제
    아들 결혼식에 직접 관계 있는 서클 안에서 나중에 보답할 기회가 있는 분들에게만 청첩장을 보냈다. 그래도 알게 모르게 찾아온 지인들 때문에 결혼식장은 조촐하나마 부끄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예식장이 쓸쓸하더라"라는 뒷말이 들렸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야 성황이라고 부러워 하는 이런 관행이 끝나지 않는 한 관혼상제의 과부하와 서민의 고통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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