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2, 2014

[인터뷰] "MIT박사라도 팀웍 모르면 탈락…구글의 협업 문화"


전병근 국제지식부장 | 2014/06/02 11:10
이준영씨가 지난달 29일 조선비즈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김해 산골짜기에서 7남매 중 막내로 나서 자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마산시로 전학 갔다가 그 규모에 화들짝 놀랐다. 그 ‘촌뜨기’가 지금은 실리콘밸리와 서울을 오간다.
구글의 첫 한국인 엔지니어 이준영(43)씨 얘기다. 입사 11년차 검색팀 매니저인 그가 쓴 신간 ‘구글은 SKY를 모른다’(알투스)는 그의 유년 시절 만큼이나 촌스럽다. 표지부터가 들뜬 노란색에 검정 고딕으로 제목을 달았다. 얼핏 보면 구글 브랜드에 기댄 그렇고 그런 자기계발서로 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내용만은 아니다. 세계 최대 IT 기업에서 일찍부터 근무한 시골 출신 구글러가 직접 보고 겪고 느낀 이야기를 들려준다.

‘찌질이’에 ‘외톨이’였던 그가 어떻게 ‘최고 직장’에 입사한 한국인 엔지니어 1호가 될 수 있었는지, 구글 경쟁력의 비결은 무엇인지, 한국 직장인이나 조직은 뭐가 부족한지에 대해 쓴 자전적 에세이다. 마침 국내에 머물고 있다길래 만났다. 지난 29일 조선비즈에서 1시간 인터뷰에 이어, 점심 시간에 10여명의 직원들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방담했다. 문답 내용을 소개한다.

11년 구글, 볼품 없었지만 검색기술에 반해

-구글에 입사한 한국인 엔지니어 1호라고 소개했는데.
“2003년 9월 8일 구글에 입사했다. 구글이 잘 안 알려졌을 때였다. 삼성전자를 거쳐 야후에 있다가 옮겼다. 당시 구글과 야후가 협업 중이어서 일을 하면서 알았다. 야후는 최고 기업이었고 구글은 스타트업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구글은 기술적으로 엄청나게 앞서 있었다. 소프트엔지니어 개발자로서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궁금했다. 그래서 지원했다.”

-그 전에는?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헤드헌터와 인연이 닿아 야후 코리아로 가게 됐다. 당시 야후코리아에는 검색엔진을 전공한 사람이 없어 운좋게 입사했다. 당시엔 밤새 일해도 너무 재밌었다. 그 땐 네이버보다 야후 검색을 더 많이 썼다. 내가 하나를 고치면 수백만명이 그걸 경험하는 게 신났다.”

-조건이 좋은 야후에서 왜 구글로 옮겼나?
“야후 본사로 옮기는 게 인기였다. 2003년 당시 야후가 세계 최고 인터넷기업이었으니까. 그 무렵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마케팅 책임자인 오미드(현재 구글 수석 부사장)가 한국에 왔다. 그 때 구글은 야후 US의 검색엔진 몇 개를 받아서 운영하는 후진 회사였다. 내일모레 망할지도 모르는 수준이었다. 사업 확장을 위해 방한했던 것인데 구글의 서비스를 보고 까무러치게 놀랐다. 검색 품질이 야후보다 훨씬 좋았다.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이 몇 년이 걸려도 못한 걸 '듣보잡' 회사가 하고 있었다. 구글에 가고 싶었다.”

-회사의 가능성을 본 것인가?
“엔지니어로서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결과적으로 잘 된 셈이다.”

구글은 재능 기부 차원에서 외부 강연 권장 

-책까지 내게 된 계기는?
“4, 5년 전만 해도 책 낼 생각이 없었다. 미친듯이 일만 했다. 애들 잠재우고 밤에 회사 가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달려오다가 내 경험과 생각들이 그냥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깝다,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많은 혜택을 받았다. 지금도 회사에서 돈을 받아가며 배운다고 생각한다. 배움의 양이 엄청나다.”

-구글에서 무슨 일을 하나?
“첫 3년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그 후 2006년 한국에 R&D센터 세우러 왔고, 한국오피스 창설 멤버로 와서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뒤로 미국과 한국을 왕래한다. 매니저는 직접 코딩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과 전략 모든 것에 관여한다. 구글에서 소프트엔지니어링을 보고 경험한 것은 큰 혜택이었다.”

-구글 직원은 저술이나 강연이 자유롭나?
“구글은 수익과 직접 관련이 없어어도 재능 기부 차원에서 외부 활동을 권장한다. 학교나 컨퍼런스에서도 발표를 자주 한다.”

-회사 관련 내용에 대한 제약은 없나. 애플이나 아마존 경우 보안이 철저한데.
“내부 지침도 있고 교육도 받는다. 하지만 구글은 모든 것이 ‘상식’ 선에서 진행된다. 구체적 상황에서 판단은 직원이 자율적으로 내린다. 회사 기밀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당연히 얘기 안 한다.”
이준영 구글 검색팀 매니저
‘상식’에 의해 움직이는 구글 문화

-많은 것이 회사 내 ‘상식’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 구글의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일일이 규정으로 만들 경우 그것이 비효율을 초래할 경우가 많다.
“그것은 큰 차이다. 우리는 그것을 ‘구글 컬쳐’라 부르고 그것이 체화한 사람을 구글러라고 부르는 거다.”

-그런 문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2006년 내가 입사 3년차였을 때 한국엔지니어링팀을 만들기 위해 서울에 온 적이 있다. 사람을 뽑고 난 다음에 곧바로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로 보냈다. 업무보다 구글 문화 체득이 우선이었다. 그냥 내버려 두면 ‘구글러
가 되지 않는다. ‘가서 구글 문화를 겪고 오라’고 했다. 거기 사람들과 밥도 같이 먹고 느끼라고 했다. 석 달 사이에 많은 게 바뀌어 왔다. 그 과정을 서울 지사 입사자 10명 때까지 반복했다. 자생적 문화가 자리잡을 때까지. 지금은 2주 정도 본사 교육을 거친다. 본사 구글러들과 같이 생각하지 않으면 그냥 한국 오피스로 전락하고 말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 뽑는 것도 굉장히 힘을 들인다. 아무리 똑똑해도 팀웍에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안 뽑는다. 연못에 작은 돌만 던져도 전체에 파문이 일듯이 조직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팀웍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채용 인터뷰는 구체적으로 몇 명이 하나?
“지금은 최소 5명이 한다.”

-구글코리아도 그렇게 하나?
“구글코리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하나의 구글이 있을 뿐이고, 우리는 서울 오피스다. 전 세계에서 채용하는 구글 직원의 인터뷰 기준은 똑같다. 구글 직원은 이메일도 모두 영어로 통일해 쓴다. 그래야 글로벌 업무에 문제가 없다.”

◆ 아무리 똑똑해도 팀웍 모르면 채용 탈락

-구글의 채용 기준은?
“MIT를 나왔다고 해서 입사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 지원자 600명 이상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외국 명문대, 서울대, 카이스트 출신 다수가 떨어졌다. 고졸이든, 대학생이든 박사든 특별히 유리할 게 없다. 나중에는 결국 학·석·박사 출신들이 골고루 뽑혔더라.”

-서울오피스의 인력 채용은 어떻게 하나?
“구글 홈페이지에 공지한다. 한글 번역 문서를 통해 지원을 하더라도 전 세계를 포괄하는 하나의 인력 풀에 들어간다. 채용 지침이나 방법은 같다.”

-면접을 보는 5명은 무작위로 뽑나?
“예전엔 더 많은 수가 봤다. 구글의 전 직원이 채용에 책임감이 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걸 위해서는 누구나 인터뷰를 할 의무가 있다. 면접관 5명은 뽑고자 하는 사람의 실무와 관련된 사람으로 구성된다.”

-구글은 선망 직장으로 손꼽히는데 정말 좋은가?
“안 좋은 얘기부터 하겠다. 신문 보면 항상 구글 카페테리아가 나오는데 그 모습이 다가 아니다. 직원들 모두 굉장히 긴장해서 일한다. 진짜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스스로 무서울 정도로 일한다. 구글은 독불장군을 싫어한다. 혼자 아무리 잘해 봐야 협업보다 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항상 고민한다. 출퇴근에 연연하지 않는다. 주말이고 뭐고 끊임없이 메일이 날아든다. 지금 한국 오피스 가면 탁구 치고 있을 거다. 쉬는 것도 자유지만 일을 악착같이 한다. 한 시간을 해도 엄청나게 집중한다. 일을 특출나게 잘하는 사람들은 3~4시간이면 8시간 일하는사람보다 낫다.”

-그래서 행복한가?
“재밌는 것은 본사의 굉장히 높은 직급 사람들도 주말 새벽 3시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출퇴근이 의미가 없다. 재택 근무할 때는 알파벳 세개를 남긴다. ‘WFH’(Work From Home). 그러면 '이 친구 회사 안 오는구나' 안다. 사무실 있든지, 어디서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는다. 생활의 일부로 끊임없이 일한다.”
미국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 구내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준영씨 /알투스 제공
◆ “돈을 받고 공부할 수 있어 좋다”

-책에서 ‘돈을 받고 공부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주위에 똑똑한 사람이 굉장히 많다. 문제가 있으면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물어보라고 한다. 개발자들도 동료들 간에 피어 리뷰하면서 많이 배운다. 구글 내부에는 그런 시스템이 잘 돼 있다. 구글 내부에서는 90% 이상 정보를 공유한다. 문서화하고 공유한다. 사내 세미나도 굉장히 많다. 하루에 1년 공부할 양보다 더 많은 게 만들어진다. 수시로 캘린더를 확인한다. 동영상으로도 녹화한다. 공부할 마음만 먹으면 대학4년치의 공부 량을 6개월 헤드폰 꽂고 배울 수 있다.”
-구글과 한국 IT 기업은 뭐가 다른가.
“한국 엔지니어들 실력은 굉장한데 능력 발휘를 다 못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비효율이 많다. 기술이 쌓인다기보다 주먹구구식으로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100에서 시작해서, 업무 환경이나 기타 이유로 90, 80으로 기량이 줄어드는 걸 본다.”

-조직의 문제 아닌가. 한국 사람은 참 똑똑한데 회사에 들어가서 무기력해지고 퇴보하기도 한다.
“100의 능력을 갖고 들어가서 소진만 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계속 나가거나 불만이 늘어난다. 나는 지금도 회사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다닌다. 배울 수밖에 없게 돼 있고, 할 수록 배울 것이 많다. 그래서 100에서 110, 200이 된다. 더 바빠지는데도 내가 소모된다는 느낌이 안 든다. 돈을 받으며 배운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다들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일한다. 구글은 교과서에 있는 내용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배우게 한다.”

-구글의 문화가 이제는 다른 IT 기업에도 표준이 된 것 같다.
“구글이 올해로 15년 됐는데, 나는 설립 4년차에 입사했다. 그 당시만 해도 구글은 작은 회사였다. 야후가 더 크고 유명했다. 하지만 야후는 기술을 보면 주먹구구식이었다. 미래 지향적이지 못했다. 구글이 IPO 이후에 좋은 직장이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에도 COO를 포함해 구글 직원들이 많이 갔다. 업무 외적인 사원 복지가 갑자기 중요하게 됐다. 그렇지 않은 유능한 인력을 잃게 되니 다들 자의반 타의반으로 바뀌게 됐다.”

신입사원도 프로젝트 책임자가 된다

-모든 기업이 문화를 고민한다. 제도가 먼저인가, 리더십이 먼저인가?
“우리는 직원들 모두가 자기 일에서는 리더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라고 해서 되는 건 아닐텐데. 그렇게 만드는 제도가 있나?
“누글러(new googler·신입 구글러)가 회사의 새로운 프로젝트 책임을 맡기도 한다. 물론 멘토는 있다. 하지만 멘토는 조언만 해주지 담당자가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 최근 UI 개편 프로젝트를 입사 6개월차가 해냈다.”

-어떤 제도는 문화나 역량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
“야후로 간 마리사 메이어가 구글 시절 스탠퍼드대에서 강연하면서 한 말이 있다. 구글의 혁신 비결을 설명한 다음, 마지막에 "절대 구글 문화를 따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구글이기 때문에 작동 가능한 것이지 아무나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생각과 문화가 정착이 안 된 상태에서 시작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회사의 시스템이나 문화는 같이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구글에 관해서는 언론이나 책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혹시 잘못 알려진 사실이나 밖에서는 잘 모르는 사실을 소개한다면.
“야근을 예로 들겠다. 구글에서는 밤늦게 일하는 사람도 많다. 사무실에서든 집에서든. 문제는 이게 시켜서 하는 것과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것은 다르는 점이다. 구글에서 전자의 경우는 없다. 밖에서는 구글의 공짜 카페테리아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별 의미는 없다. 식단이 굉장히 좋고 매일 바뀌기 때문에, 끼니 때마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회사 내에 있으니 시간도 절약 된다.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업무 효율이 엄청난 무형의 자산이다.”

-자발적 노동인 셈인데.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당신이 골수 구글러라서 그런 것 아닌가. 사내 부적응자는 없나.
“사람을 가려 뽑고도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은 당연히 내보내야 하겠지. 하지만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많다. 관리자와 일대일 면담이 수시로 이뤄져서 그런 사람의 문제를 사전에 해소해 주려 한다. 원할 경우 업무를 바꿔보기도 한다. 다른 곳에서 기회를 찾도록 한다.”

-면담이 제도화돼 있나?
“필요한 경우 수시로 한다. 구글 캘린더에다 언제 몇 시 어디에서 누구와 미팅이라고 표시하면 그걸로 끝이다.”

-직원 개인의 사적인 면까지 얘기하나?
“그렇다. 개인 사정도 잘 알아야 일도 잘할 수 있다. 불평이 많은 경우 매니저나 회사도 책임이 있다. 채용 과정에서 굉장히 좋은 사람도 여러 이유로 불만이 생길 수 있다. 필요하면 팀을 옮기고 역할을 바꾸기도 한다. 바꿔서 굉장히 적응을 잘 하는 경우도 많다. 이래도 저래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엔 스스로 못 버티고 나간다.”

-구글이 한국에서는 왜 맥을 못 추나.
“한국인들이 네이버 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구글은 한국인만을 위해 있는 게 아니다. 구글은 140개 언어 검색 시스템을 제공한다. 우리는 네이버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한국 오피스 업무도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부다. 한국 시장을 따로 신경 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 본사 43동 건물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한국인 엔지니어들. 왼쪽 두번째가 이준영씨. /알투스 제공
지금 딴 짓 하면서 미래 꿈꾸는 것은 자가당착

-직장 생활을 갓 시작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런 이야기를 해줄 만한 처지인지 부끄럽다. 자기가 할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반문해 봐야 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문제가 결국 1차 방정식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리에서 당면한 문제에 최선을 다하면 다른 문제도 차례로 풀린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다 자산이 된다. 지금 딴 짓을 하면서 언젠가 무엇이 되고 싶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일에 불만이 있을 경우에는?
“매니저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대개 직장 상사와 문제가 있을 경우, 밖에서 "회사가 안 좋다"고 말한다. 따라서 대화가 중요하다. 나는 한 주에 2회 정도 면담을 한다. 필요할 경우 다른 팀으로 옮기거나 관심 있는 쪽으로 일을 찾도록 도와준다. 자기 역할을 찾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책에서 공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내가 말한 공부는 학교 공부 이상이다. 지금 내가 필요한 것이 곧 공부할 내용이다. 모르면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 지금 하는 일 이외의 것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구글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보면 시계를 팔던 40대 영업사원들이 대학생들과 인턴을 하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로 그런 이색 경력자들이 있나?
“나도 그 영화 봤는데, 진짜 구글에는 그런 사람 못 들어온다.(웃음) 물론 특이한 이력자가 들어오는 경우는 많다. 미스 유니버스 출신도 있고, 전문 산악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있다. 그런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참 특이하고 주위 사람들도 리프레시된다. 특이한 경험이 간접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이한 이력자는 생각도 특이하기 때문이다. 구글이 원하는 인재는 엉뚱한 인재다. 우리 아이가 미국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인데 바다생물을 발표하는 날 남학생들은 상어, 여학생들은 돌고래를 그렸는데 자기는 문어를 그렸더니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고 했다. 내가 평소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구글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엉뚱한 아이디어가 이노베이션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유능한 사람을 볼 때마다 채용을 염두에 두나?
“많이 하고 제의도 한다. 다만 입사 지원을 제의한다고 해서 보장이 되는 건 전혀 없다. 설사 래리 페이지 가족이라도 추천 단계를 거치면 그걸로 똑같이 전형을 거치게 된다. 인터뷰 과정에서 추천자 확인도 안 한다. 지원서를 넣더라도 면접 단계까지 못 가는 경우도 많다.”

-얼마나 뽑나?
“2008년 금융위기 때 주춤했을 뿐, 지금은 힘 닿는 대로 뽑는다. 그래도 일주일에 200~300명밖에 못 뽑는다.”

◆ 연봉은 철저히 실적을 따른다

-보수는 얼마나 받나?
“나이나 직급, 경력은 별로 상관없다. 초봉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실적에 따라 차이자 엄청나게 많이 난다. 박사 출신 5년차보다 학사 출신 3년차가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 실적이 없으면 연봉도 안 오른다. 남들은 프로모션을 두세번 할 때 한 번도 못하는 사람도 있고, 편차가 심하다.”

-연봉이 정체되면 스트레스 많이 받겠다.
“그렇다. 매니저도 직원의 그 부분을 신경 많이 쓴다. 실적이 왜 안 오르는지, 올려주기 위해 애쓴다.”

-업무 실적 평가는 어떻게 하나?
“360도 다면평가를 한다. 매니저가 아는 것과 동료가 아는 것은 다르다. 팀원끼리도 하고 매니저끼리도 한다. 복수에게 리뷰를 받는다. 보통 일관된 메시지가 나온다. 동료들에게 평가받는 것이 굉장히 크다. 두어명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실제로 문제가 있다. 아무리 매니저한테 잘 보여도 동료가 보는 것과 한결 같아야 한다.”

-검색 기능이 더 발전할 여지가 있나?
“래리 페이지는 얼마 전 “우리는 아직 시작 단계라”고 했다. 지금은 2세대 검색 단계에 와 있다. 차세대 검색은 개인 비서를 하나 두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굳이 검색을 안해도 제시해 준다. ‘전격 제트 작전’에 나온 키트 같은 것을 만드는 게 목표다. 실제로 많이 발전해 있다. 가령, 서울시청이 어딘지 물으면 지도를 보여준 후에, 내가 좋아할 만한 근처 맛집까지 소개해 주는 식이다.”

-최근 영화 ‘Her(그녀)’를 보면 사이버 비서가 나온다.
“궁극적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 검색 최고 책임자인 아밋 싱알은 인터뷰에서 ‘검색을 안 하는 것이 검색’이라고 했다. 과거 검색어를 타이핑하는 단계에서 탈피하게 될 것이다. 그 점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가야할 길이 멀다.”

정리=신성헌 기자 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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