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1, 2014

유머 하나로 아메리칸 드림 일궜다 - cheezburger


벤허 치즈버거네트워크 대표가 고양이 인형과 노트북 앞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세계를 하루에 5분간 행복하게 해주기’가 그의 회사 목표다. [사진 벤허]

유머로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그것도 미국말을 전혀 몰랐던 한국인이 미국 땅에서 말이다. 서울 개포동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10세 때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 벤허(37·Ben Huh·한국명 허대영) 치즈버거네트워크 대표는 유머 하나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냈다. 미 벤처사업가 허씨는 ‘내가 치즈버거를 가질 수 있을까(I can has cheezburger?)’라는 제목부터 철자법을 비틀어댄 웹사이트를 비롯해 50여 개의 유머 관련 홈페이지를 거느리고 있다. 그가 낸 책 5권 중 2권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스스로 매출액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미국 언론들은 광고 수입으로 인한 그의 연간 매출을 400만 달러(약 41억원)로 추정하고 있다. 50여 개 사이트의 한 달 방문자 수는 3억7500만 명에 달한다. 2007년 창업이래 현재까지 받은 투자 금액은 약 6900만 달러(약 706억원). 이달 강연 차 22년 만에 한국 땅을 밟는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초등학생 이후 거의 한국말을 쓰지 않았던 그는 영어 인터뷰를 원했다.

 - 이민 1.5세대가 단기간에 회사를 이끌 수 있나. 집안이 부유했나.

 “그렇지 않다. 건축일을 했던 아버지는 미국에 와서 일감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가족 셋이 살아야 했다.”

 허씨는 미국 공립학교를 나와 중서부 지역 상위권 학생들이 몰린다는 노스웨스턴대의 신문방송학과로 진학했다. 학비가 없어 장학금과 학자금 융자로 해결해야 했다. 밀린 융자금을 갚으려 직장일을 시작했다. 온라인 미디어를 연구한 전공에 맞춰 인터넷 흐름을 분석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한 유머 사이트를 인수하면서 인생역전이 일어났다.

 - 어떻게 유머 사이트를 인수하게 됐나.

 “지금의 아내(중국계 미국인 에밀리 허)와 장난스럽게 강아지 사진을 올리던 블로그가 있었다. 강아지 사료를 환불받은 일이 있었는데, 사료회사가 홈페이지를 닫고 잠적해버렸다. 그 회사의 매출과 공장 위치가 적힌 연간보고서를 입수해 블로그에 올렸다. 한 유머 사이트에서 이 글을 소개했는데 블로그가 다운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유머 사이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허씨는 2007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벤처 투자가(angel investor)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이 유머 사이트를 인수했다. 이후 페일 블로그(FAIL Blog), 밈베이스(Memebase)와 같은 유명 블로그를 계속 인수해 직원이 100여 명에 달하는 회사로 키웠다.

 - 유머가 사업이 될 거라고 생각했나.

 “일단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광고 시장이다. 사업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또 하나는 유머가 인류 진화와 함께했다는 점이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유머를 만들었다. 직장 상사나 대통령에 대한 유머가 많은 이유는 그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유머 산업도 발달한다.”

 - 경영인이나 정치인들이 유머에 관심이 많다.

 “유머는 인간관계 형성에 필수 요소다. 유머는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한다. 내가 가진 유머가 뭔지 보여주는 게 나를 표현하는 거다. 유머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다.”

 허씨는 ‘먹히는’ 유머를 하기 위해 ▶상대를 분석하고(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상대로 비꼬는 유머는 삼가야) ▶주변에 쓸 수 있는 아이템을 찾고(통일 바람이 불고 있으면 통일 아이템을 써야) ▶유머를 전달하는 매체 특성을 알아야(말과 스마트폰으로 전달하는 유머는 서로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1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벤처 투자에 관한 국제회의 ‘비론치(beLAUNCH)’에서 ‘5G 세계에서의 테크테인먼트(Tech-tainment) 소비’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으로 유머 산업을 확장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저 호탕하게 웃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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