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22, 2015

  • 도박으로 망했다가 한국식 푸드트럭으로 대박낸 LA의 한국계 요리사 로이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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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23 13:23 | 수정 : 2015.02.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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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플 때 보지 말라’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Chef)’가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7일 개봉해 지금까지 13만6000여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이 들었다. 지난달 말부터 줄어들던 상영관 수도 이달 둘째주 들어 확대되는 추세다. 블록버스터 ‘아이언맨’ 감독 존 파브로가 감독에 주연까지 맡아 군침 도는 아트버스터(비용 대비 성과가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예술영화)를 만들었다.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계에서는 보통 관객 5만명을 넘으면 아트버스터 반열에 든 것으로 본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 화면에는 파브로가 실제 요리사에게서 요리를 배우는 장면이 나온다. 이 요리사의 이름은 로이 최(Roy Choi·45). 서울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다. 영화의 공동제작자(co-producer)로 이름을 올린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 파브로를 데리고 다니며 요리하는 법과 식당 운영을 가르쳤다. 파브로는 “형사 콤비 영화처럼 로이와 하루 종일 같이 차를 타고 다녔다”고 했다.

주인공인 요리사 칼 캐스퍼가 신메뉴를 개발하는 장면에는 고추장 등 한국 식재료도 등장한다. 영화에 남은 로이 최의 영향이다. 파브로 감독이 자문을 요청하자 로이 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요리하는 법, 메뉴 짜는 법, 대본 검토, 촬영한 영상 편집…. 뭐든 도와주겠다. 대신 주방과 관련된 내용은 작은 디테일까지도 제대로 하자. 영화에 나오는 주방 장면은 잘못된 것이 많다.”
'아메리칸 셰프'의 감독 겸 주연 존 파브로(가운데 종이 들고 있는 사람)와 배우들이 영화의 실제 모델이 된 로이 최(오른쪽)와 함께 요리를 하고 있다.
'아메리칸 셰프'의 감독 겸 주연 존 파브로(가운데 종이 들고 있는 사람)와 배우들이 영화의 실제 모델이 된 로이 최(오른쪽)와 함께 요리를 하고 있다.
아메리칸 셰프는 자신의 음식을 혹평한 유명 블로거와 대판 싸우고 해고당한 캐스퍼가 푸드 트럭으로 재기한다는 내용이다. 트럭을 마련한 캐스퍼는 트위터로 행선지를 알리며 미국 전국을 돌아다닌다. 이런 줄거리도 로이 최의 경험이 모티브다. 로이 최는 불황으로 잠시 일을 쉬던 2008년 ‘고기(Kogi)’라는 이름의 푸드트럭을 차리고 SNS로 행선지를 예고해 가며 이동하는 방식으로 대박을 냈다.

한국식 바비큐를 넣은 2달러짜리 타코는 금세 입소문을 탔다. 로이 최는 미국 음식전문지 ‘푸드&와인’이 선정한 2010년 최고의 신인 요리사(Best New Chef)에 선정됐다. 그 해 “건물 안에 정식으로 차린 첫 레스토랑”도 냈다. 이름이 ‘최고!(Chego!)’인 이 레스토랑은 한식당은 아니지만 ‘김치스팸볼’처럼 한식이 가미된 메뉴를 판다. 로이 최는 뉴욕타임스나 CNN 등 주요 언론이 주목하는 유명인사가 됐다.

2010년에 신인 요리사 상을 받았지만 그가 정말 신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로이 최는 미국 명문 요리학교 CIA를 졸업하고 비벌리힐스 힐튼을 비롯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CIA는 홈페이지에서 동문 유명 요리사로 로이 최를 소개하고 있다. 부모님이 미국에서 한국 식당을 했던 로이 최는 “한국 음식을 늘 먹고 자랐지만 요리사로서는 프랑스 요리, 고급 호텔이나 결혼식장 요리에 도전했다”고 했다. 한국식 타코 푸드트럭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는 ‘고기’ 공동창업자인 친구 마크 망게라가 냈다고 한다.

로이 최에게도 ‘어두운 시절’이 있었다. 스물한두살 무렵을 그는 “인생에서 가장 암울했던 때”로 기억한다. 당시 로이 최는 도박에 빠져 있었다. 처음엔 돈을 좀 따는 것 같다가 이내 모두 잃었다.
“처음 1년 정도는 지폐로 꽉 채운 구두 상자가 수십개 될 정도로 돈을 땄다. 그 다음에는 잃기 시작했다. 도박판에서 돈을 잃기 시작하면 헤어나올 수 없다. 그 때 나는 가족도 친구도 모두 잃었다.”

그는 어머니의 돈을 슬쩍하고, 가족들의 물건을 저당잡혀가며 도박판을 전전했다.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을 보러 갔다가 “아들 걱정은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아들은) 언제나 흥겨운 파티장에서 사람들의 웃는 얼굴에 둘러싸여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실낱 같은 희망이 생긴 어머니는 김치, 국수, 생선구이 같은 음식을 먹이며 아들을 보살폈다. 로이 최는 2013년에 펴낸 자서전에서 그 때의 경험이 “무한한 ‘한국식 사랑’을 통한 치유의 과정”이었다고 했다.

‘LA 푸드트럭의 왕’이라고 불렸던 로이 최는 지난해 부모님과 함께 LA 코리아타운 근처에 더 라인(The Line) 호텔을 여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로이 최는 388실 규모의 이 호텔 레스토랑과 룸서비스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와 느낌까지 책임진다”며 “더 라인 호텔은 로이 최라는 브랜드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주는 이정표인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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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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