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회사에서 청첩장을 돌리며 L 대리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분명히 회사에 얼굴과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은 것 같은데, 그들이 과연 개인적 경조사를 알려서 초대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람인지 확신이 서질 않는 것이다. 즉, 결혼이라는 개인적 대사(大事)를 앞두고 생각할 때 청첩장을 주자니 '오버(over)'하는 것 같은 회사 직원도 있고, 청첩장을 안 주자니 결례를 범하는 것 같은 어정쩡한 관계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결국 L 대리는 찍어놓은 청첩장 가운데 50장 정도는 끝내 돌리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청첩장을 받아든 일부 직장 상사와 동료, 후배는 축하를 해주면서도 왠지 모를 어색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청첩장을 일종의 '세금 청구서'처럼 여겼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기도 다른 동료의 결혼식 때 그런 느낌이 든 건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 우리나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결혼 축하금을 일종의 빚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받은 축하금은 언제든 돌려줘야 할 빚인 셈'이란 것이다. 그래서 아주 절친한 사이가 아니면 '안 주고 안 받으면 되지'라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보낸 청첩장에 기꺼이 축하금을 보내준 60%라는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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