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글자 그대로 'LIVE 인터뷰',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일반적 인터뷰 기사와는 다르게 많이 윤문하지 않고 화자의 말투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박진영이 데뷔할 때 태어난 수지가 JYP 간판 스타 조: 데뷔가 만으로 19년, '박진영과 신세대' 포함하면 21년. 데뷔할 때 태어난 수지가 지금 JYP 간판이란 말이죠. 그렇게 나이가 드셨는데. 어떡해요. 박: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내가 20년 전의 나보다 훨씬 좋아요. 그래서 정말 행복하고. 지난 날의 제가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거겠지만. 조: 좋은 말씀인데, 아쉽게도 현실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면, 그 세월 속에서 바로 지금. 프로듀서 박진영씨가 제작해서 큰 인기를 얻은 그룹, 솔로들. 그들의 팬들이 가수 박진영을 좋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거죠. 그들의 노래에 "JYP Introduce..."하는 박진영씨 목소리 들어가는 것도 거부감 느낀다는 팬들이 많습니다. 박진영씨가 제작한 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팀을 만든 사람에 대한 애정은 많지 않은 불편한 현실... 박: 저는 우선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반대예요. 저는... 팬이 많아서 놀라워요. 물론 적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저는 매년 콘서트, 장사가 안 될 것 같은데 결국 되는 게 솔직히 이해가 안 돼요. 그래서 저에게 '진리' 다음으로 중요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제 팬들이에요. 지금 제 미투데이에 이제 아기 키우는 팬이 가볍게 한 문장 남기는, 은은한 애정. 제 팬이 아닌 일반 대중의 시선으로 돌아간다면, 제가 사장인데 연예인인 이상, 상대적으로 연예인을 안 하는 양현석 형이나 이수만 사장님에 비해 '나댄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잖아요. 심지어 곡도 제가 쓰는데, 연예인 아직 해, 곡도 제가 써, 그러면 가수를 키우는 게, 마치 나를 알리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조: 그럼 박진영씨가 프로듀서를 하는 이유를 직접 밝혀 주세요. 박: 지금 말씀드리자면, 저는 누가 예쁘면, 그 사람이 잘 되는 걸 보고 싶어요. 만약 내 인기를 올리기 위해서라면 제 음악을 발표하고 제 콘서트를 하고 제가 무대 한 번 더 서는 게 빠르죠. 프로듀서를 하면서 제 음악을 할 시간이 없어요. 예를 들어 작년에 이스라엘에서 곡을 썼는데 그 앨범을 1년이 지나 이제야 내잖아요. 사실 저는 제가 직접 가수 하는 걸 더 원해요. "JYP..."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god 시절 처음으로 그걸 넣었어요. 처음엔 나를 기다리는 내 팬들을 위해 넣은 것이었는데, 다른 효과가 생기더라구요. "JYP..."를 넣은 곡들을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고 들어줬던 거죠. 그러면 신인 그룹인데도 주목을 받게 되고. 그런 효과가 있었죠. 왜 타이틀 곡은 언제나 박진영 작곡이지? 조: 대중들의 적나라한 질문을 받아보기 위해서 제 개인 ask.fm에 익명으로 박진영씨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해 달라고 했더니 서늘한 질문이 많이 왔어요.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중복되는 질문은 2PM 팬들이 했어요. 왜 준케이가 만든 곡은 타이틀이 안 되냐. 타이틀은 왜 박PD님 것만 쓰냐. 이런 질문이었거든요. 박 : 지난 몇 년간 우리 회사의 모든 타이틀 곡을 보면 아시겠지만 제 곡이 아닌 경우도 많아요. 타이틀 곡을 선정하는 절차가 있어요. 일단 해당 가수가 회사 A&R팀이랑 먼저 고르고요. 회사에 16인의 '커미티'가 있어요. 제 발언권은 거기서 1/16이에요. 그것도 모자란다, 그래서 외부 전문가가 몇명 있지? (옆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던 정욱 대표: "블로거, 평론가 합쳐서 20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닐슨, 갤럽 등 여론 조사 전문 기관에 맡겨서. 이렇게 네 결과를 합산해서 뽑는 거예요. 뽑는 과정에서 누가 만든 곡인지 명기하지 않아요. 여기서 제 것이 뽑히는 경우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떤 분들 소원처럼 타이틀 작곡가가 내가 아닌 경우를 많이 만들려고, 'JYP 퍼블리싱'을 차렸어요. 10명의 작곡가를 지난 7년간 키워 왔죠. (옆에서 별로 귀담아 듣지도 않고 있던 정욱 대표: "지금 현재는 작곡을 겸하는 소속 가수 포함 17명입니다") 그렇게 키워 온 결과 이제 슬슬 내가 그들과의 경쟁에서 지기 시작하죠. 백아연 곡도 졌고, 15& 타이틀 곡도 졌고, 그러면서 더 좋은 일은, 작곡가들이 서서히 회사 밖으로 나가요. 샤이니 곡도 그들 중 하나가 썼고, 이제 카라 곡도 쓰기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2PM, 까다로워요. 제 노래를 2PM만큼 많이 거절한 소속 가수 없었어요. 진짜 비, god가 거부한 노래 다 합쳐도 2PM이 제 곡 거부한 숫자가 안 돼요. 한 앨범에 한 열 몇 곡씩 '까였'으니까. 2PM은 의상, 헤어, 다들 자기들이 고르는데 이것도 다 제가 한다고 오해들 하시더라구요. '박진영 아바타' 설 조: 여기서 일맥상통한 이야기가 뭐냐 하면 god 시절부터 지금까지 공통적으로 들어오신 질문일 텐데, '박진영 아바타 설', '박진영 꼭두각시 설'. 왜 소속 아티스트를 '박진영 모창'을 하게 만드느냐 이런 질문들이죠. 박: 우선 15&, 임정희, 이런 가수들은 제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잖아요. 자기 가창력이 완성된 가수들은, 제가 곡 줬다고 저처럼 안 불러요. 자기 스타일이 굳어지지 않은 가수들은 이론만 배워야 되는데 이론을 가르치는 제 창법에 어쩌다 보니 물드는 거죠. 왜 그럼 그런 일이 다른 회사보다 많이 일어나느냐. 그 이유는, 저는 습관이 없는 사람을 정말 사랑해요. KPOP STAR 때도 제 취향이 나오는데 저는 무조건 백지를 좋아해요. 노래를 동요처럼 부르는 친구들을 좋아해요. 양현석 형만 해도 자신의 강한 끼와 개성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죠. 선택지 자체에서 차이가 나는 거예요. 습관이 없으면, 금방 물들죠. 그런데, 그렇게 제 목소리를 따라 하는 가수들, 3~4년이 지나고 나면 저처럼 안 불러요. 지금의 김태우, 지금의 비, 전혀 저와 같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아티스트가 되면 자기 색깔이 나오게 돼 있는 거고, 배우는 과정에서는 할 수 없이 물드는 거죠. 조: 어느 뮤지션이 나한테 질문을 부탁했어요. 작곡가도 오디션을 할 텐데 어떤 부분에 비중을 많이 두는가 하는 질문을 했어요. 박: 저희 회사에 들어오면 책 한 권을 줘요. 표지엔 "가슴으로 시작해서 머리로 완성하라" 이렇게 써 있어요. 그렇다면 기준은 "가슴이 있느냐, 그리고 머리가 있느냐"겠죠. 가슴은 '강렬한 취향'을 말해요. 머리는 '음악 이론'을 말해요. 앞에는 감성 뒤에는 이성, 두 가지가 다 있어야만 좋은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뭔가 가슴에서 털컥! 하고 올라오는 게 없으면 시작하지 말자. 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은 가사 한 줄, 드럼 비트일 수 있고, 기타 리프일 수 있어요. 뭐든 하나 탁! 떠오르기 전엔 작업을 하지 마라. 그게 "가슴으로 시작하라"는 말이구요. "머리로 완성하라"는 말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가지 마라. 어느 정도 스케치가 된 후에는, '가만있어봐 내가 최근 같은 박자를 쓰고 있는 건 아닌가? 비슷한 싱코페이션을 쓰는 건 아닌가? 4분음표로 가볼까? 8분음표로 가볼까?' 그렇게 수정 과정에 들어가 보라는 거죠. '기타는 이게 맞는 화성인가? 이렇게 쓸까 저렇게 쓸까? 요즘 음악 흐름은 어떻게 가지? 요즘 사람들은 요즘 이 BPM에 이 박자를 싫어하네, BPM을 빠르게? 느리게?' 이런 과정이 있어야 하는 거죠. 가슴으로 시작해서 머리로 완성하라. 조: 그런 가슴과 머리의 관계, 본인의 예를 들어서 설명해 줘 보세요. 박: 지난 앨범에서 "너뿐이야"는 제 개인적인 체험으로부터 나온 곡이예요. 말하자면 가슴에서 시작한 거죠. '나를 바라보는 니 눈을 바라보면 행복한데 불안해 해, 불안한데 행복해 해'라는 가사로 시작해요. 가사 내용이 당연히 밝은 곡이니까. 당연히 장조로 썼거든요. (건반을 들고 연주하며) 이렇게 되거든요. 예쁘고 행복한 느낌이거든요. (노래를 부르며) "너 뿐이야 우후후~" 그리고 춤을 추려니까 이건 거의 제가 SES 춤을 춰야 하는 곡이 된 거에요. 나는 이걸 꼭 타이틀로 하고 싶은 데... 그 다음부터 바로 '가슴으로 시작하고, 반드시 머리로 완성하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거죠. '아 나는 이걸로 춤을 출 수가 없구나. 카리스마도 안 나오고, 의상도... 내가 나비넥타이를 매고 나올 수도 없고' 그래서 거기서 '마이너'로 뒤집은 거죠. (단조로 바꾼 연주) 그러니까 '멋'이 생겼죠. 이론적인 부분은 이렇게 등장해요. 이게 사실 뻔한 코드거든요. (건반으로 코드를 짚으며) Am-Dm-B-E-A 가장 평범한 진행이죠. 그런데 내가 다행히 김형석이라는 정통 화성학을 배운 형한테 음악을 배웠기 때문에 나에게는 어마어마한 선택지가 생기는 거예요. 이게 Am라면, 그 노래를 들어보시면 처음에 (건반으로 코드를 짚으며) 나인 음을 쓰고, (건반으로 코드를 짚으며) 또 나인 음을 쓰고 sus4를 쓰고... 이걸 몰랐다면 얼마나 연약했을까. 세븐을 쓰고 디미니쉬를 쓰고 이런 선택지들, 이게 무기가 되는 거죠. 아까 말한 우리 작곡가들, 이론 교육이 안 되면 음악 발표를 못 하게 해요. 기초 화성학이 끝날 때까지. 반드시 롱런했으면 좋겠으니까. 언젠가는 모 동료 뮤지션한테 화성학 공부를 하라고 난리를 쳤거든요. 그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니까. 그 사람이 화성학을 했다. 무서운 거죠. 지금까지도 날아다닐 텐데. 그 뛰어난 감각으로... 조: 프로듀서 박진영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는데, 진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죠. 태흥기획 시절, 최초로 프로듀싱한 진주부터. 1997년에 제가 박진영씨를 인터뷰 했을 때, '진주가 나오면 대한민국 음악계는 정리 된다' 라고 말했는데, 처음에 나와서 주목을 받았으나 그 이후 큰 성공하지 못했단 말이죠. 박: 진주는... '난 괜찮아'를 그렇게 부를 수 있는 가수가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더 이상 없을 것 같아요.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것 같아요. 진주는 생물학적으로 위대해요. 그런데 진주가 이미 성대가 조금 다쳐 있는 가운데 기획사에 와서 어마어마한 고음을 계속 질러 대다가, 성대를 많이 다친 이후, 그 이전처럼 회복이 안 되니까, 미치겠더라구요. 그 때부터 제가 병적으로 성대 관리에 대한 집착을 하기 시작했어요. 'KPOP STAR'에서도 성대를 다치게 노래하는 참가자를 보면 알러지 반응이 일어나요. 물론 진주는 나중에 본인의 노력으로 회복을 해 냈죠. 조: 진주 이야기를 꺼내니까 연쇄적으로 떠오르는데... 량현량하, god, 박지윤, 별, 노을, 원투, 최근 San-E까지. 그 악명 높은 'JYP 재계약률'에 대한 이야기를 지적하지 아니 할 수 없네요. 박: 첫째, 재계약이 좋은 거냐? 이 질문을 해야 해요. 가수와 제작자에게 재계약이 좋은 일이기 힘들어요. 재계약이 좋은 일이려면 규모의 게임에 들어가기 시작한 회사일 경우, 말하자면 상장 준비를 하거나 상장한 회사에는 좋은 일이죠, 확실히. 그러나 그런 규모의 게임을 하지 않을 때, '아티스트를 위해서 재계약이라는 게 과연 좋은 일인가'라는 거죠. 안 좋을 확률이 훨씬 많다는 거죠. 조: 그게 말하자면 '기존 뮤지션의 재계약보다는 새로운 뮤지션을 키운다' 좋게 생각하면 도전자 정신인데, 나쁘게 보면 끊임없이 새로운 연인을 찾는 사람이랑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나요? 박: 미국 듀크 대학 농구팀 슈셉스키라는 감독. 전설적인 사람이죠. 미국 올림픽 드림팀의 감독을 슈셉스키가 하잖아요. 마이클 조던, 래리 버드를 불러 놓고 대학 감독을 부른다니까요. 천재에요. NBA에서 얼마나 많이 이 사람을 오라고 했겠어요. 못 가겠대요. 이유는 눈동자 때문에. 대학 선수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 때문에. 정말 달라요. 그 신인 아이들이 쳐다보고 있을 때의 눈빛이, 미쳐요. 제가 그것 때문에 프로듀싱을 하는 거예요. 제가 가수 덜 하고. 그 눈빛만 아니면 그냥 저만 가수 하고 싶어요. 그 눈빛... 제가 계속 신인을 발굴하고 키우는 건 슈셉스키가 왜 듀크대를 안 떠나는가와 같은 것 같아요. 그러나 이제는 저희도 상장사가 된만큼, 재계약 대상이 되는 그들에게 회사를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네 회사를 네가 해" 이렇게. 나는 아주 후방에서의 지원을 하고 말이죠. 이런 재계약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돼서 기뻐요. 저는 계속 신인 키우는 데 집중 하고, 그들은 그들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마침 인터뷰 중 선미의 새 싱글 '24시간이 모자라'가 음원차트 1위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그 반응은 '박진영 인터뷰 Part 2'에서 살펴 보기로 한다. 인터뷰어 조원희 프로필 1994년 계간 '리뷰'를 통해 대중음악과 영화를 아우르는 평론 활동 시작, 월간 '박스'와 주간 '시네버스' 등의 잡지에서 기자 생활. GQ, 보그 등의 컨트리뷰터. 1990년대 홍대 앞에서 인디 뮤지션으로 활동했으며 2010년 장편 영화 '죽이고 싶은'으로 영화 감독 데뷔, '옥희'로 2013년 롯데시네마 시나리오 공모대전 대상을 수상하고 영화화 준비중. '창작과 비평' '영화와 음악'이라는 쌍칼 두 개를 휘두르는 4도류를 구사한다. 글 : 조원희 사진 :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 2부. [박진영 LIVE 인터뷰 part 2] “죄송하지만, 좀 들어 봐 주시겠어요?” |
Monday, September 9, 2013
[박진영 LIVE 인터뷰 part 1] "저는 누가 예쁘면, 그 사람이 잘 되는 걸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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