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은평구 빵집 사장님 11명, 연대생에 '경영 컨설팅' 받아… "대기업 빵집 무섭지 않다"
학생들, 매일 매장에 상주하며 고객 구매패턴·주변상권 분석, 전국 유명 빵집 다니며 연구도…
SNS·블로그에 입소문 내고 젊은층 입맛에 맞는 빵 개발
"힘든 동네빵집에 희망드릴 것"
서울 홍은동에서 20년 넘게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용현(54)씨는 40년 경력의 제빵 장인(匠人)이다. 빵 맛 하나만은 자부하지만 언제까지 빵집을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7곳이나 있던 주변의 동네 빵집들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과의 싸움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문 닫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빵이야 자신 있지만 대규모 체인 빵집들이 연예인을 내세워 광고하고 제휴 카드로 가격 할인 마케팅을 하니 당해낼 수가 없었다"며 "나라도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는 오기로 버텼다"고 말했다.
이런 김씨에게 원군(援軍)이 생겼다. 빵집에서 멀지 않은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동네 빵집 부활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성영(23·경제학과 4년)씨 등 동아리 '인액터스' 소속 7명의 학생들은 "동네 빵집의 경쟁력을 키워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목표로 작년 8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서대문구·은평구 일대의 동네 빵집 20여 곳을 찾아다니며 "영세한 규모와 미약한 브랜드 파워로 고전하는 동네 빵집을 위한 경영 마케팅 조언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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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은평 지역의 동네 빵집 살리기 프로젝트인 ‘동네빵네’의 시식 행사에서 베이커리 사장들과 연세대 학생들, 지역 주민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동네빵네 제공
장사로 잔뼈가 굵은 빵집 주인들에게 어린 대학생들의 제안이 미더울 리 없었다. 그러던 와중 '노블베이커리'의 배이성(50) 사장이 "학생들의 힘을 한번 믿어보겠다"며 처음으로 제의를 수락했다. 학생들은 동네 빵집의 생존 필살기를 찾아내기 위해 매일 매장에 상주하며 고객의 구매 패턴과 주변 상권을 조사했다. 대전 '성심당', 전북 군산 '이성당' 등 '동네 빵집'의 상징처럼 된 전국 각지의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며 비결을 연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동네 빵집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홍보가 약하고, 매장의 특색을 드러내는 '마스코트 빵'이 없다는 것이 큰 약점이라는 진단을 했다. 학생들은 블로그를 개설하고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노블베이커리'를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배 사장의 고향인 전남 영광의 특산물 모시잎을 활용해 '모시잎쌀식빵'을 매장의 마스코트 빵으로 홍보했다. 이 같은 전략은 제대로 맞아떨어져 두 달 만에 매출이 20% 늘어났고, "모시잎쌀식빵을 살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베이커리 매장에서 실제로 실적을 올렸다는 소문이 나자 지난 1월 김씨를 비롯한 서대문·은평 지역 동네 빵집 사장 11명이 모여 '동네빵네'란 이름으로 의기투합했다. 경력 30~50년을 자랑하는 제빵 장인인 이들은 각자 1000만원씩 출자금을 내 '동네빵네'를 서울시 정식 협동조합으로 등록했다. 동네빵네 장인들도 제빵 과정에서 방부제와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생산된 당일에 팔리지 않은 빵은 인근 복지관에 전부 기부하는 '양심 빵가게'임을 강조하는 홍보전에 뛰어들었다. 마일리지 제도나 음료와 빵을 혼합한 세트 메뉴 판매 등 프랜차이즈 매장의 영업 기법도 적용했다. 회원들끼리 빵 맛을 서로 비교하며 '동네빵네' 빵 맛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 제빵 기밀도 공유했다.
김씨는 "가게 주변 원룸에 많이 사는 20~30대 젊은 층들이 식빵을 선호한다는 분석에 착안해 '천연발효 홍국쌀식빵'을 마스코트 빵으로 개발했더니 반응이 좋다"며 "매일 SNS와 블로그를 업데이트하며 온라인 홍보에 신경 썼더니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네빵네 회원들의 매출이 대부분 30%가량 늘었다"며 "전국의 동네 빵집 사장님들에게 희망을 드리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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