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왜 실리콘 벨리가 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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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 스타트업 붐에 IT 선진국이라고 자부해 온 대한민국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 곳곳에서 실리콘벨리를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진행 중이다. 과연 우리 동네에도 실리콘벨리를 만들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이다.
(technical.ly)
1. APEC 스타트업 컨퍼런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2년 6월. 나는 KOEX에서 열린 APEC "스타트업" 행사에서 APEC 회원국 대표들을 위한 비공개 정책토론회 사회를 맡았다. 이 행사에 참가한 18개 이코노미 대표 (APEC 회의에서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 '이코노미'를 쓴다)가 주제별 발표를 한 뒤 자유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미국 대표로 스타트업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카우프만 재단의 오트만스 이사가 참석했다. 아래는 당시 그의 대한 인터뷰 기사다.
자유토론 시간에 나는 오트만스 이사에게 "실리콘벨리를 롤모델로 삼는 현상"에 대한 질문했다. 그런데, 그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그쪽은 그쪽만의 방식이 있는 것이고..." 라고 입을 연 그는 실리콘 벨리 모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의회에 계류 중이던 여러 개의 스타트업 법안들(나중에 JOBS Act 2012로 통합)을 동시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은 개인적 경험이 작용했던 것 같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나는 실리콘 벨리의 성공을 모방할 수 없다는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지금부터 왜 당신 동네에 실리콘 벨리를 세울 수 없는지 그 이유를 말해주겠다.
2. 코드 16600 과 경쟁방지법
실리콘 벨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는 다른 지역 (또는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주 특별한 법을 보유하고 있다. 1827년 캘리포니아 시민법에 포함된 California Business and Professions Code Section 16600 (이하: 코드 16600) 라는 조항인데,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개인의 합법적인 취업, 거래, 또는 어떤 종류의 비즈니스를 방해하는 모든 계약은 무효다"
이 조항 하나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그렇다. 200살 먹은 이 조항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경쟁방지법 (NCC: Non-Compete Clause)"이 무용지물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산업기술보호법"으로 불리는 "경쟁방지법"은 자사직원의 동종업체 이직에 의한 기업 비밀 유출을 막는 법이다. 동종업계 이직이나 창업을 꿈꾸는 직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이 법 덕분에, 오늘도 대기업 오너들은 발 뻗고 잘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기업들은 코드 16600 조항 때문에 떠나는 직원을 잡을 방법도, 기밀유출을 막을 방법도 없다.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서로 상대방 직원을 스카우트 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 정도다. (몇 년 전 구글과 페이스북간에 맺었던...)
3. 실리콘 벨리의 성공 요인
물론 이 법 하나로 실리콘 벨리가 탄생했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코드 16600"은 실리콘 벨리에서 개인의 아이디어를 최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독특한 문화를 탄생시켰다는 사실이다. 조직의 서열보다 개인의 창의적인 발상을 중시하는 문화는 윤종록 미래부 차관이 번역 소개하여,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해진 "창업국가 (Start-up Nation)"에 등장하는"후츠파"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창업국가 Start-up Nation)
조직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가 어떻게 실리콘 벨리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었을까?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를 모델로 설명하겠다.
라스베가스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적 생명체다. 일단 라스베가스에 들어온 돈은 다시 빠져나가지 못한다. 당신이 미라지 호텔 카지노에서 잭팟을 맞았다면, 그 상금을 라스베가스 어디서든 - 이를테면, 쇼핑몰, 쇼, 레스토랑, 술집 - 에서 다 써버리도록 만든다. (심지어 공항 탑승구 앞에까지 슬롯머신이 있다. 라스베가스가 Sin-City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란 말이다.)
아이디어에 관점에서 실리콘 벨리도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이다. 누군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실리콘 벨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돌고 돌아, 결국 누군가에 의해 대박이 난다. (이런 아이디어의 순환을 돕는 것이 벤처 투자자들이다) 자, 이제 실리콘 벨리가 기술 주도 경제의 리더십을 유지해 온 비결을 정리해보자.
첫째, 개인의 가치를 최우선을 세운 제도
둘째, 아이디어를 최우선적 가치로 여기는 문화
셋째, 아이디어의 공유를 가속화하는 벤처투자자
넷째, 아이디어에 무제한 배팅하는 벤처자본
둘째, 아이디어를 최우선적 가치로 여기는 문화
셋째, 아이디어의 공유를 가속화하는 벤처투자자
넷째, 아이디어에 무제한 배팅하는 벤처자본
4. 우리동네에 실리콘 벨리를?
어쩌면 당신은 법 조항 하나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실제로 대기업이 경쟁업체로 도망간 직원에게 "경쟁방지법"의 칼자루를 휘두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경쟁방지법"의 진짜 위력은 개인에 대한 정신적 족쇄를 채운다는 데 있다. "경쟁방지법"이 살아 있는한 개인의 창의성과 창업 의지는 "원천적"으로 봉쇄되니까. "코드 16600"는 이 생각의 족쇄를 풀어버린 것이고.
우리 동네에 실리콘 벨리를 세우겠다고 애쓰는 분들에게 묻겠다. 당신 동네에도 "코드 16600" 을 만들 수 있는가?
"개인의 창의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와 뿌리 깊은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당신 동네에 만들고 싶었던 실리콘 벨리는 등장인물만 바뀐 또 다른 현재가 될 뿐이다"
Twitter에서 임규태 팔로우: www.twitter.com/bozartapple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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