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송된 KBS2 <해피선데이> '1박 2일'에서 화제가 된 인물은 김주혁도 차태현도 아닌 일반인 훈남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준수한 외모로 화제가 된 그는 '세종고 김탄'이라 불리며 당일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다음 날, 그는 대학생 시절 인터넷 게시판에 남긴 댓글로 인해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회원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일반인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는 결국 과거의 행적을 후회하고 반성한다는 사과문을 남겼다.
과거 인터넷 행적으로 논란이 되는 건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입에 담기도 싫은 내용'의 사생활 추문 등으로 인해 사퇴한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극우 편향적 글의 SNS를 리트윗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질논란에 휩싸였다(관련기사 : '음주' 문광부장관 후보자, 과거 리트윗글 '끔찍'). SNS 언행이 문제가 되는 건 TV 속의 유명인, 또는 공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인도 그 잣대에서 벗어날 순 없다.
사회복무요원 시절, 유럽 총파업 영상 공유했다가...
사실 나에게도 SNS와 관련된 '기억'이 하나 있다. 2012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유럽 총파업 홍보영상을 SNS상에서 공유했다. 이후 누군가가 사회복무요원이 해서는 안 될 정치적 행위라며 신고를 했고 병무청은 나를 징계했다. 유럽 총파업 홍보영상을 공유하면서 정치적 성향을 밝히지도 않았고, 그저 영상의 미적측면만 언급했는데 왜 정치적 행위냐며 나름의 변호를 했지만 소용은 없었다. 이 사건 이후 난 절대로 SNS를 전체공개하지 않았다.
그후 난 SNS상에서의 자기검열을 하게 되었다. 몇 달 간은 SNS를 아예 접었고, 다시 시작할 때에도 오해의 소지가 없을 만한 게시물만 올렸다. 복학 후 여러 대외활동을 지원하면서 이전의 SNS글을 지우기도 했고, 팔로잉 목록을 고치기도 했다. 정치적 글은 최대한 자제하거나 지웠고, 가치중립적인 글만을 주로 올리거나 공유했다. 혹여나 SNS에서의 언행이 대외활동의 합격, 불합격에 변수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적인 공간에서도 무심코 낮은 층위의 자기검열을 하는 내 모습에 쓴 웃음만 났다.
그런데 최근 기업 인사과에서 취업준비생(아래 취준생)들이 원서에 적어 낸 SNS 계정에 들어가 내용을 평가한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지난 23일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기업 5곳 중 1곳이 지원자의 SNS 내용을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 취준생인 나로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기사였다. 적지 않은 숫자의 대외활동에 지원했고 그 지원서마다 SNS 주소를 다 적었지만 단 한 번도 기업이 SNS를 평가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에이 그 많은 지원자의 SNS를 다 평가하겠어?'라고 생각했다.
취준생은 많고, 그 만큼 면접과정도 다면화되었기 때문에 거기서 모든 걸 평가할 것이라 생각했다. 기업 인사과에서 SNS를 참고한다는 이야기는 '카더라'로만 들었는데, 공식적으로 보도된 것을 보고 나니, 취준생들의 심정이 궁금했다.
"자기소개소설 등장 후 회사 면접절차도 진화한 듯"
취준생들의 의견은 대체로 '그럴 수 있다'였다. 한 개인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특히나 성격과 인성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서면과 면접만으로 파악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 단순한 심사가 아니라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기에 그 정도는 당연하지 않냐는 의견이 많았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만 하는 입장에서, 회사의 이익 혹은 가치관에 동의하지 못 하는 지원자를 뽑는 건 지원자에게나 기업에게나 손해일 거란 의견이었다.
올해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는 24살 여대생 K씨는 "이미 SNS에서의 '나'는 적당히 포장되어 있고, 그 포장으로 절 평가해주면 나에겐 오히려 '땡큐'일 거 같다"라며 "회사의 평가와 사생활의 괴리가 걱정되는 취준생들은 대외용, 대내용 SNS 계정을 각각 운영하면 될 것이다, 실제로 지인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계정을 따로 운영하지 않더라도 게시글의 내용에 따라 공개범위를 조정하는 일은 비일비재해요"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취준생인 24살 H씨는 "자기소개서나 대인면접이나 사실은 지원자의 사회성과 인성을 알아보려는 것이잖나, 지원자의 자기소개서가 '자기소개소설'로 진화하면서 회사의 면접절차도 진화한 거 같다"면서 "기업의 저런 관행이 딱히 큰 문제가 될 거 같진 않다"고 말했다.
SNS의 성격 자체가 개인적인 것이 아니기에 평가받는 것이 원칙적으로 부당하거나 금기되어야만 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었다.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4학년 손우진(26·남)씨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SNS는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름부터 Social(사회적)이잖나, 어차피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 게 다 남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거니까 평가받는 걸 원칙적으로 금해야만 하는 일은 아닌 거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SNS상에서의 내 모습이나, 현실에서의 저나 전부 같은 '나'다"라며 "난 회사가 평가해도 별로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가 자체가 그릇된 것이 아니더라도 평가의 구체적 적용에 대해선 회의적이란 의견도 있었다. 평가 자체에 있어선 동의를 한 손우진씨는 "평가 자체는 인정할 수 있지만, 기업이 지원자의 SNS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반영할지는 좀 논의가 되어야 할 거 같다"며 "흔쾌히 내 SNS를 보여줄 수는 있는데, 그걸 어떻게 평가할지는 좀 회의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제가 과거에 우리나라 대기업의 문제에 대해 글을 썼다면 난 탈락하는 건가, 애매한 거 같다"라고 피력했다.
"증명사진, 이름, 학력 가리면서 SNS 요구?"
SNS를 활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24살 대학생 L씨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SNS를 평가한다는 점은 SNS를 하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곧장 불이익으로 귀결되는 거 아닌가? SNS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명백한 조건이 아닌 개인의 신상에 관련된 사항인데, 내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SNS까지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SNS는 분명 토론장적인 측면이 있는데, 거기서 필연적으로 개인의 취향 혹은 정치적 성향이 나오지 않나"라며 "공정한 심사를 하겠다며 증명사진과 이름, 학력을 다 가리면서 정작 SNS를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본다"라고 비판적 입장을 고수했다.
취준생의 SNS에 적힌 글의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불편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내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과거 내 모습은 개인의 트라우마가 얽힌 일이기에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지원자를 심사하는 기업이 '빅브라더'가 될 거란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자신들의 생존에도 바쁜 기업들이 발에 치이고 치이는 취준생들의 SNS를 감시할 거란 이야기는 음모론에 가깝다.
하지만 지원자에 대한 SNS 평가가 만연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다수의 지원자들은 '취업'을 위해서 무의식중에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다. 비록 지원자가 기업을 '선택'하여 지원을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은 항상 '갑'이고 지원자는 '을'이다. 따라서 상호과정이라기보다는 지원자가 기업에게 자신을 채용해달라고 '호소'하는 과정이다. 결국 지원자는 기업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다.
심사의 구체적 적용과정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 혹은 취향의 결이 심사위원과 맞지 않는다고 감점이 된다면 혹은 결이 맞아서 가산점이 된다면 객관적인 심사라 말할 수 있을까. 특히 저 평가가 공개적이고 수치적 항목이 아니라 SNS라는 애매한 항목으로 평가되기에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특정 지역 출신이라고 차별받았던 과거처럼 SNS에서 표출된 개인의 성향으로 인해 차별받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취준생들의 애환이 쉴 수 있는 곳은 어딜까
비록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 되었지만,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개인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산국가와 민족 등으로 인해 고용 및 교육기관에서 차별받으면 안 된다. 법안이 폐기됐다고 해도 이 원리는 분명 무시당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회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만 하는 원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점수로 평가받아 피로한 취준생에게 분명 SNS는 피로와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는 작은 쥐구멍이다.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랑방이었다. 그런 쥐구멍마저 기업의 평가에 침범 받은 지금, 취준생들의 애환이 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다음 날, 그는 대학생 시절 인터넷 게시판에 남긴 댓글로 인해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회원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일반인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는 결국 과거의 행적을 후회하고 반성한다는 사과문을 남겼다.
과거 인터넷 행적으로 논란이 되는 건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입에 담기도 싫은 내용'의 사생활 추문 등으로 인해 사퇴한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극우 편향적 글의 SNS를 리트윗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질논란에 휩싸였다(관련기사 : '음주' 문광부장관 후보자, 과거 리트윗글 '끔찍'). SNS 언행이 문제가 되는 건 TV 속의 유명인, 또는 공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인도 그 잣대에서 벗어날 순 없다.
사회복무요원 시절, 유럽 총파업 영상 공유했다가...
▲ 페이스북 화면. 기업의 SNS 평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그럴 수 있다'는 의견이었지만, SNS 평가가 확산될 경우 가져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
ⓒ 페이스북 |
사실 나에게도 SNS와 관련된 '기억'이 하나 있다. 2012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유럽 총파업 홍보영상을 SNS상에서 공유했다. 이후 누군가가 사회복무요원이 해서는 안 될 정치적 행위라며 신고를 했고 병무청은 나를 징계했다. 유럽 총파업 홍보영상을 공유하면서 정치적 성향을 밝히지도 않았고, 그저 영상의 미적측면만 언급했는데 왜 정치적 행위냐며 나름의 변호를 했지만 소용은 없었다. 이 사건 이후 난 절대로 SNS를 전체공개하지 않았다.
그후 난 SNS상에서의 자기검열을 하게 되었다. 몇 달 간은 SNS를 아예 접었고, 다시 시작할 때에도 오해의 소지가 없을 만한 게시물만 올렸다. 복학 후 여러 대외활동을 지원하면서 이전의 SNS글을 지우기도 했고, 팔로잉 목록을 고치기도 했다. 정치적 글은 최대한 자제하거나 지웠고, 가치중립적인 글만을 주로 올리거나 공유했다. 혹여나 SNS에서의 언행이 대외활동의 합격, 불합격에 변수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적인 공간에서도 무심코 낮은 층위의 자기검열을 하는 내 모습에 쓴 웃음만 났다.
그런데 최근 기업 인사과에서 취업준비생(아래 취준생)들이 원서에 적어 낸 SNS 계정에 들어가 내용을 평가한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지난 23일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기업 5곳 중 1곳이 지원자의 SNS 내용을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 취준생인 나로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기사였다. 적지 않은 숫자의 대외활동에 지원했고 그 지원서마다 SNS 주소를 다 적었지만 단 한 번도 기업이 SNS를 평가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에이 그 많은 지원자의 SNS를 다 평가하겠어?'라고 생각했다.
취준생은 많고, 그 만큼 면접과정도 다면화되었기 때문에 거기서 모든 걸 평가할 것이라 생각했다. 기업 인사과에서 SNS를 참고한다는 이야기는 '카더라'로만 들었는데, 공식적으로 보도된 것을 보고 나니, 취준생들의 심정이 궁금했다.
"자기소개소설 등장 후 회사 면접절차도 진화한 듯"
취준생들의 의견은 대체로 '그럴 수 있다'였다. 한 개인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특히나 성격과 인성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서면과 면접만으로 파악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 단순한 심사가 아니라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기에 그 정도는 당연하지 않냐는 의견이 많았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만 하는 입장에서, 회사의 이익 혹은 가치관에 동의하지 못 하는 지원자를 뽑는 건 지원자에게나 기업에게나 손해일 거란 의견이었다.
올해 하반기 취업을 준비하는 24살 여대생 K씨는 "이미 SNS에서의 '나'는 적당히 포장되어 있고, 그 포장으로 절 평가해주면 나에겐 오히려 '땡큐'일 거 같다"라며 "회사의 평가와 사생활의 괴리가 걱정되는 취준생들은 대외용, 대내용 SNS 계정을 각각 운영하면 될 것이다, 실제로 지인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계정을 따로 운영하지 않더라도 게시글의 내용에 따라 공개범위를 조정하는 일은 비일비재해요"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취준생인 24살 H씨는 "자기소개서나 대인면접이나 사실은 지원자의 사회성과 인성을 알아보려는 것이잖나, 지원자의 자기소개서가 '자기소개소설'로 진화하면서 회사의 면접절차도 진화한 거 같다"면서 "기업의 저런 관행이 딱히 큰 문제가 될 거 같진 않다"고 말했다.
SNS의 성격 자체가 개인적인 것이 아니기에 평가받는 것이 원칙적으로 부당하거나 금기되어야만 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었다.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4학년 손우진(26·남)씨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SNS는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름부터 Social(사회적)이잖나, 어차피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 게 다 남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거니까 평가받는 걸 원칙적으로 금해야만 하는 일은 아닌 거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SNS상에서의 내 모습이나, 현실에서의 저나 전부 같은 '나'다"라며 "난 회사가 평가해도 별로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가 자체가 그릇된 것이 아니더라도 평가의 구체적 적용에 대해선 회의적이란 의견도 있었다. 평가 자체에 있어선 동의를 한 손우진씨는 "평가 자체는 인정할 수 있지만, 기업이 지원자의 SNS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반영할지는 좀 논의가 되어야 할 거 같다"며 "흔쾌히 내 SNS를 보여줄 수는 있는데, 그걸 어떻게 평가할지는 좀 회의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제가 과거에 우리나라 대기업의 문제에 대해 글을 썼다면 난 탈락하는 건가, 애매한 거 같다"라고 피력했다.
"증명사진, 이름, 학력 가리면서 SNS 요구?"
▲ 2011년 11월 30일 오후 코엑스에서 개막한 '코스닥 상장기업 취업 박람회'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각 업체 부스에 상담 및 면접을 보고 있다. | |
ⓒ 연합뉴스 |
SNS를 활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24살 대학생 L씨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SNS를 평가한다는 점은 SNS를 하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곧장 불이익으로 귀결되는 거 아닌가? SNS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명백한 조건이 아닌 개인의 신상에 관련된 사항인데, 내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SNS까지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SNS는 분명 토론장적인 측면이 있는데, 거기서 필연적으로 개인의 취향 혹은 정치적 성향이 나오지 않나"라며 "공정한 심사를 하겠다며 증명사진과 이름, 학력을 다 가리면서 정작 SNS를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본다"라고 비판적 입장을 고수했다.
취준생의 SNS에 적힌 글의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불편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내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과거 내 모습은 개인의 트라우마가 얽힌 일이기에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지원자를 심사하는 기업이 '빅브라더'가 될 거란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자신들의 생존에도 바쁜 기업들이 발에 치이고 치이는 취준생들의 SNS를 감시할 거란 이야기는 음모론에 가깝다.
하지만 지원자에 대한 SNS 평가가 만연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다수의 지원자들은 '취업'을 위해서 무의식중에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다. 비록 지원자가 기업을 '선택'하여 지원을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은 항상 '갑'이고 지원자는 '을'이다. 따라서 상호과정이라기보다는 지원자가 기업에게 자신을 채용해달라고 '호소'하는 과정이다. 결국 지원자는 기업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다.
심사의 구체적 적용과정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 혹은 취향의 결이 심사위원과 맞지 않는다고 감점이 된다면 혹은 결이 맞아서 가산점이 된다면 객관적인 심사라 말할 수 있을까. 특히 저 평가가 공개적이고 수치적 항목이 아니라 SNS라는 애매한 항목으로 평가되기에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특정 지역 출신이라고 차별받았던 과거처럼 SNS에서 표출된 개인의 성향으로 인해 차별받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취준생들의 애환이 쉴 수 있는 곳은 어딜까
비록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 되었지만,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개인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산국가와 민족 등으로 인해 고용 및 교육기관에서 차별받으면 안 된다. 법안이 폐기됐다고 해도 이 원리는 분명 무시당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회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만 하는 원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점수로 평가받아 피로한 취준생에게 분명 SNS는 피로와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는 작은 쥐구멍이다.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랑방이었다. 그런 쥐구멍마저 기업의 평가에 침범 받은 지금, 취준생들의 애환이 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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