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수학과 출신은 기업이 선호
수학 교수 출신 사이먼스, 계량 분석 이용한 펀드 만들어 재산 13조원, 美 27위 부자 돼
수학자들 문제 해결력 뛰어나 빅데이터 분석 등에서 맹활약
국내大 수학과에도 인재 몰려
KT 김이식 상무는 서울대 수학과 출신이다. 컴퓨터공학이나 전자공학이 아닌 수학 전공이 IT 산업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김 상무는 빅데이터프로젝트장을 맡고 있다. 통신망을 통해 수집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이다. 그는 "빅데이터 분석에는 수학적 사고와 지식이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그가 지휘한 프로젝트팀은 지난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위치 자료를 통계적인 방법으로 분석해 서울시 심야버스의 노선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올라 있는 수많은 사진을 자동 분류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물체의 형태를 단순화해 특징별로 그룹화하는 위상수학을 이용하고 있다. 김 상무는 "수학적인 기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바야흐로 수학 전공자가 활약할 수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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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직업 1위는 수학자많은 사람이 수학은 기초학문이어서 실생활에서 활용될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가 전문화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수학과 수학 전공자들이 필요한 일이 급속히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의 커리어랭크사가 근무환경, 수입, 스트레스 정도 등을 기준으로 발표한 최고의 직업 1위에 수학자가 올랐다. 그 밖에도 통계학자(3위)·보험계리사(4위)·소프트웨어 엔지니어(7위)·컴퓨터시스템 분석가(8위) 등 수학 전공자가 갈 수 있는 직업이 10대 최고 직업의 절반을 차지했다.
미국의 헤지펀드회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스(Simons·76) 명예회장은 수학자 출신 중 가장 갑부로 알려진 인물이다. MIT 수학과 출신인 사이먼스 회장은 하버드대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수학과 교수를 거쳐, 1982년 헤지펀드 투자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세웠다. 그가 만든 펀드는 시장 평균 수익의 3배에 이르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가 변동의 큰 흐름에서 벗어나는 작은 요소들을 재빨리 포착해 빠르게 주식을 사고 파는 방식을 적용한 덕분이었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그는 2005년, 2006년, 2008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펀드 매니저로 꼽혔다. 2008년 당시 연봉은 25억달러(2조5800억원). 2009년 현역에서 은퇴한 그의 현재 자산은 125억달러(12조9000억원)로 미국 27위 부자이다.
사이먼스 명예회장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금융인에게 수학을 가르치기보다 수학자에게 금융을 가르치기가 훨씬 쉽다"며 "수학은 내게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호기심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13일 서울세계수학자대회의 특별강연을 위해 방한(訪韓)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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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진출 활발금융 투자에 수학을 이용하는 전문가를 계량분석가(Quantitative Analyst), 짧게 '퀀트(Quant)'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퀸트'들이 적지 않다. 다양한 금융회사에 수학 전공자들이 진출해 있다.
서울대 수학과 박사 출신인 이경희
동부자산운용 AI운용본부장은 "입사해 처음엔 전산 쪽에 있다가 선물 옵션 등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퀀트로 전환했다"며 "과거 펀드 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식화된 시뮬레이션 전략을 만들어 앞으로의 성과를 예상하는 데 수학의 논리력과 전산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퀀트 펀드에 1조원이 넘는 돈을 모은 기록을 갖고 있다.
고려대 수학과 출신으로 2010년 입사한 최승민
신한금융투자 대리는 "금융공학은 결국 수학이어서 이해하기 쉬웠다"며 "전공 지식이 직접 쓰이지 않는 분야라도 수학을 통해 배운 논리력, 사고력이 업무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최근 수학 전공자의 진출 분야가 다양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파일럿의 1%를 차지하는 수학과 출신은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라 항공 운항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기종을 전환할 때도 빠른 적응력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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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서 수학과가 이공계 1위기업이 수학 전공자를 찾으면서 국내 유명 대학의 수학과에도 우수 학생이 몰리고 있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수학)는 "5~6년 전부터 입시에서 수학과가 의예과와 이공계 1위를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KAIST, 포스텍 등 이공계 대학은 물론,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박형주 포스텍 교수(수학과)는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지면서 취업 후 기업에서 재교육하는 것이 다반사"라며 "기업이 수학 전공자처럼 아는 것보다 배우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찾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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