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미분·적분이 산업 경쟁력
-잡스 '토이 스토리'로 再起
애니메이션에 기하학·미분 적용, 제작비 등 줄여… 전세계서 흥행
성공 발판삼아 애플로 금의환향
-구글 만든 브린, 응용수학 전공
알고리즘 이용해 검색엔진 개발…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으로 성장
수학은 무조건 골치 아프고 어려운 학문으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학교에선 아예 공부를 단념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수학은 과학기술과 산업, 금융, 스포츠, 예술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초 학문이다. 이에 서울세계수학자대회를 계기로 인류 문명과 첨단 산업기술에 녹아있는 수학의 힘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소개한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창조 경영의 아이콘'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Pixar)'가 큰 역할을 했다. 잡스가 인수한 회사 '픽사'가 1995년 세계 최초의 장편 디지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로 대히트를 치면서 잡스의 성공 가도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장난감들의 우정과 모험을 다룬 '토이 스토리'는 치밀한 수학 공식을 적용해 만들어졌다. 수학이 무슨 작용을 했길래 손으로 그린 그림보다 훨씬 부드럽고 생생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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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만들어낸 '토이 스토리'스티브 잡스는 1986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 절치부심한 잡스는 픽사를 인수해 '토이 스토리'로 전 세계에서 3억620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그가 1997년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 복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라는 '3총사'를 앞세워 모바일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었던 것도 '토이 스토리'의 대성공에서 비롯됐다.
잡스는 '토이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얼핏 보기엔 애니메이션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수학자들을 대거 고용했다. 이전까지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같은 그림이라도 크기에 따라 일일이 새로 그려야 했다. 작은 그림을 그냥 확대하면 해상도가 떨어져 중간중간 선(線)이 끊어지거나 울퉁불퉁하게 보이는 '계단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학자들은 전통적 기법 대신 수학에 기반한 컴퓨터 그래픽(CG)을 이용해 같은 그림을 여러 번 그리지 않고도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수학자들은 먼저 기하학을 이용해 작가들이 그린 작은 그림을 수식으로 변환했다. 다음엔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이 천체운동을 기술하기 위해 개발한 미분(微分) 공식을 사용했다. 미분은 변화량을 예측하는 수학이다. 그림을 묘사한 수식을 미분하면 인물이나 배경 그림을 확대하더라도 선이 끊어진 부분이 어떻게 이어질지 정확히 예측해 계단 현상이 없는 선명한 그림을 만들 수 있다. 수학 공식만으로 하나의 그림을 자동으로 늘리거나 줄여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 덕분에 제작 기간이나 투자비를 훨씬 줄이면서도 생생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이 가능해졌다.
잡스가 개척한 수학 중시 전통은 나중에 픽사를 인수한 디즈니에도 이어졌다. 디즈니가 만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는 엄청난 파도가 배를 덮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장면이었다. 스탠퍼드대의 응용수학자인 론 페드큐 교수는 공기나 물 같은 유체(流體)의 운동을 분석하는 수학 공식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컴퓨터 그래픽에 적용, 파도가 치고 수백만 개의 물방울이 튀는 장면을 정밀하게 묘사해냈다. 페드큐 교수는 이 성과로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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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터넷 검색에도 적용복잡하고 골치 아픈 것으로만 여겨지던 수학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산업·금융계와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학생들의 골치를 썩이는 미분·적분도 신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핵심 도구로 쓰인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회사인 구글도 출발점은 수학이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했다. 브린은 같은 대학원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던 친구 래리 페이지와 함께 수학 알고리즘을 이용해 정교한 검색 엔진을 개발해냈다.
브린이 정보를 입력하고 처리하는 일련의 절차를 수식으로 만들면 페이지가 이를 하나하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변환했다. 검색어가 들어간 자료 가운데 다른 자료에서 링크를 얼마나 했는지를 수학 연산 조건으로 일일이 따진 다음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사용자가 원하는 최적의 결과를 제공할 수 있었다. 구글 검색이 정확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두 사람은 공동 창업했고,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초고속 무선인터넷 시대를 연 LTE(4세대 이동통신)에도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복잡한 파동(波動)을 수식으로 표현하는 '푸리에 변환' 공식을 활용한 기술이다. 이를 통해 다량의 음성과 데이터를 신속하게 보내면서도 인접한 주파수들이 서로 간섭하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마리아 에스테반 프랑스 국립과학원 응용수학연구소장은 "수학이 다양한 산업에 이용되면서 이제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의 구분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수학은 기초학문에서 벗어나 경제 전반에서 세상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박형주 포스텍 교수(수학)는 "서울세계수학자대회를 계기로 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산업에도 더 많이 활용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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