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피아니스트 류웨이
두 발로 연주하는 '꿈'
입력 : 2013.09.0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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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발가락 피아니스트 류웨이]
10세때 감전사고로 두 팔 절단, 피아노 못칠 거란 비아냥에 발가락 사이 찢기도록 맹연습
불행 아닌 경험으로 받아들여… 자전적 에세이 한국어판 펴내
2010년 8월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중궈다런슈(中國達人秀·China's Got Talent)'. 앳된 얼굴의 청년 류웨이(劉偉·26)가 무대에 올랐다. 피아노 앞에 앉은 그가 건반에 올린 건 두 손이 아닌 두 발. 류웨이는 높은 의자에 앉아 맨발을 건반 위에 올리고,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꿈 속의 결혼식' 연주를 시작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손으로 쳐도 배우기가 힘든데." 진행자의 말에 청년이 또박또박 대답했다. "저는 인생에 두 가지 갈림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거나, 멋지게 살거나."
류웨이는 열 살 때 숨바꼭질을 하다 피복이 벗겨진 변압기 전선을 잘못 건드려 10만 볼트의 고압 전류에 감전됐다. 두 팔이 다 타서 바스러질 정도였다.
신간 에세이 '죽거나, 멋지게 살거나'(엘도라도)를 펴낸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낙천적인 마음가짐이란 선천적인 것보다는 대개 후천적인 학습과 경험으로 얻어진다"고 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다른 말로 경험한다는 뜻인데 저는 두 팔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 것뿐입니다. 사람이 모두 경험에서 삶을 배우듯, 저도 이런 경험에서 삶을 알아가고 있어요."
류웨이가 처음부터 피아니스트를 꿈꾼 것은 아니다. 그는 2002년 전국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딴 수영 선수. 2008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에 매진하던 그에게 다시 시련이 닥친다. 원인 모를 악성 홍반(紅斑)이 온몸에 퍼져 더 이상 수영을 할 수 없었던 것. "선수의 꿈을 꺾어야 했을 때는 오히려 담담했습니다. 거의 달관한 기분이었어요. 수영을 할 수 없으니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떠올랐지요."
어머니가 인근 음악학교를 찾아가 입학 상담을 했다. 돌아온 대답은 "댁의 아들이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면 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겠다." 충격을 받은 그는 발가락 사이가 찢어지도록 하루 7시간씩 피아노에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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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웨이는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중궈다런슈(中國達人秀·China’s Got Talent)’의 첫 무대에서 발가락으로‘꿈속의 결혼식’을 연주했다. /엘도라도 제공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후엔 '발가락 피아니스트'로 일약 스타가 됐다. 2011년 오스트리아 빈의 황금홀에서 열린 '중국·오스트리아 수교 40주년 경축 음악회'에도 초청돼 기립박수를 받았다. 요즘도 하루 두세 번씩 무대에 오른다.
책도, 이메일도 그가 발가락으로 두드려 쓴 문장들이다. "만약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겠나"하는 우문(愚問)에 그는 "그런 가정은 불필요한 것"이라는 현답(賢答)을 보내왔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왜 불행할까 같은 생각은 쓸데없습니다. 그런 생각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잠을 자는 편이 나아요. 현실에는 '이미'와 '비록'만 존재할 뿐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운명의 길을 따라 어둠으로 가게 될 겁니다. '비록' 일어나긴 했지만 극복해야겠다는 사람은 원하는 대로 삶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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