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3, 2013

유명업체 도미 초밥, 알고보니 아프리카 생선(틸라피아)… 돼지고기로 만든 쇠고기 육포, 명태 넣은 대구탕…

[단독] 유명업체 도미 초밥, 알고보니 아프리카 생선(틸라피아)… 돼지고기로 만든 쇠고기 육포, 명태 넣은 대구탕…
입력 : 2013.09.04 03:00 | 수정 : 2013.09.04 09:05

[우리 주변에 판치는 불량식품… 국과수 감식 현장 가보니]

"國産홍어 맞나 봐달라" 의뢰 가장 많아
불량식품, 4대惡에 지정된 후 작년 26종 불과하던 감식 의뢰, 올해는 8월까지 577종 접수
코브라 쓸개 확인하니 닭 쓸개… 경남서 온 염소탕, 실은 개고기
국산 홍어 DNA 따로 없어 수산과학원 샘플로 확인 추진

지난 5월 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감식센터 법생물연구실에 냉동 포장된 도미 초밥 9점이 배달됐다. 재료로 사용된 도미가 진짜 도미가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경찰의 감식 의뢰였다. 1만원 안팎으로 푸짐한 초밥 세트를 먹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체인업체의 초밥이었다. 그러나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는 도미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여러 어종의 DNA와 비교해보니 9점 모두 외국산 어종인 틸라피아의 DNA와 일치했다. 틸라피아는 아프리카가 원산지로 색상과 식감이 도미와 유사하지만 도미보다 질기고 값은 10분의 1 수준이다. 서울에 50여개, 전국적으로 250여개 지점이 있는 이 업체 본사 관계자는 "일부 지점에서 무단으로 틸라피아를 구입해 쓴 것으로 본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감식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경찰에서 감식 의뢰한 쇠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이 쇠고기는 한우로 판매됐지만, 감식 결과 한우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감식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경찰에서 감식 의뢰한 쇠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이 쇠고기는 한우로 판매됐지만, 감식 결과 한우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성형주 기자
경찰이 '4대 악(惡) 척결'의 하나로 불량식품 단속을 강화하면서 국과수에 불량식품 정밀 감식 의뢰가 쏟아지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각각 45종, 26종에 불과했던 감식 의뢰 증거물이 올 들어 8월까지만 577종이 접수됐다.

올해 4월 수원의 한 대구탕 집에서 압수된 68개의 생선 조각은 DNA 감식 결과 대구가 48개뿐이었다. 값싸고 오래된 냉동 명태를 대구와 섞어서 끓여 손님 앞에 내놓았던 것이다. 이 식당의 이 같은 속임수는 탕에서 끓고 있던 생선 비늘 모양이 대구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챈 한 손님의 신고로 드러났다.
부산의 한 시민은 동남아시아 관광지에서 구입한 코브라 쓸개를 경찰에 신고했다. 스태미나에 좋다고 해서 사왔는데 진짜 코브라 쓸개인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싹 말라붙은 갈색의 쓸개는 육안으로는 어떤 동물의 것인지, 심지어 쓸개가 맞는지도 확인이 불가능했다. 국과수의 DNA 검사 결과 이건 잘 말린 닭 쓸개였다.

경남 창녕에서 올라온 염소탕 속 고기는 DNA 감식 결과 개고기였다. 염소고기와 개고기 모두 육질이 부드럽다는 공통점을 악용해 저질 개고기를 염소탕에 넣은 것이다.

 왼쪽은 도미(참돔), 오른쪽은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틸라피아다. ‘역돔’이라는 가짜 이름까지 붙은 틸라피아는 도미와 같은 흰살생선이지만 힘줄이 도미보다 또렷하고 식감도 더 질기다. 회로 떴을 때 보이는 붉은 부분도 도미보다 틸라피아가 더 선명하다
 왼쪽은 도미(참돔), 오른쪽은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틸라피아다. ‘역돔’이라는 가짜 이름까지 붙은 틸라피아는 도미와 같은 흰살생선이지만 힘줄이 도미보다 또렷하고 식감도 더 질기다. 회로 떴을 때 보이는 붉은 부분도 도미보다 틸라피아가 더 선명하다. /칼럼니스트 김지민씨 제공
돼지고기로 만든 '쇠고기 육포'도 적발됐다. 지난 5월 육가공 전문업체에서 생산한 육포 수십 봉지가 증거물로 국과수에 전달됐는데 모든 육포에서 돼지고기 성분이 검출됐다. 수입산 돼지고기를 쇠고기 육포로 둔갑시켰던 것이다.

가장 많은 의뢰가 들어온 것은 홍어였다. 흑산도 앞바다에서 잡은 홍어라고 비싸게 구입했는데 진짜 흑산도 홍어가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의뢰에서부터, 칠레산 홍어를 구입해 먹었는데 홍어가 아니라 가오리 같다며 경찰에 신고한 사례 등 다양한 분석 의뢰가 들어왔다. 전국에서 증거물로 올라온 홍어 때문에 국과수엔 한동안 삭힌 홍어 냄새가 진동했다. 그러나 DNA 감식을 진행한 국과수의 답은 '확인 불가'였다. 홍어 조각에서 채취한 DNA와 대조할 '표준 홍어 DNA'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과수는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가 온라인을 통해 제공하는 종(種)별 표준 DNA를 종 확인에 사용하는데,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 데이터베이스에 가오리 DNA는 있었지만 홍어 DNA는 따로 없었다. 칠레산 홍어나 흑산도 앞에서 잡은 홍어나 DNA 감식 결과는 모두 비슷한 DNA를 가진 가오리로 나온 것이다.

이에 국과수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국산 홍어 샘플 30개를 전달받아 '국산 홍어 표준 DNA'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산 홍어와 외국산 가오리의 DNA 차이가 확인되면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에 등재할 수 있고, 홍어 원산지 확인도 가능해진다.

불량식품으로 의심돼 감식이 진행됐지만 DNA 검사 결과 '진품'이 확인된 사례도 적지 않다.

외국산 쇠고기로 의심돼 압수된 서울의 한우 전문점 6곳 중 4곳은 진짜 한우를 쓰고 있었다. 소나 돼지는 종 식별뿐 아니라 국산인지 외국산인지 식별도 가능하다. 유명 고급 초밥 체인점 4곳의 도미 초밥도 진짜 도미였다. 틸라피아를 도미로 속여 팔던 체인점과 비교하면 이들의 도미 초밥 가격은 3∼5배나 됐다.

진짜여서 더 꺼림칙했던 사례도 있다. 올해 2월 경찰에 압수된 중국산 인육 캡슐에선 실제 인체 성분이 검출됐다.

국과수에 쏟아진 불량식품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불량식품이 버젓이 유통돼 왔는지를 보여준다. 경찰청 관계자는 "4대악 척결과 관련해 불량식품 단속에 나섰는데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발량이 많고 특이한 사례도 많아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아직 적발되지 않은 불량식품은 훨씬 더 많지 않겠느냐"며 "증거물에 대한 감식을 진행하면 할수록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고 말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Note: Only a member of this blog may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