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긁어도, 10만원(신한 심플카드 1년 기준) 넘게 돌려받는다

입력 : 2014.06.29 23:29

[집요하게 알뜰하게… 카드社 덜덜 떨게하는 똑똑한 체리피커들]

- 기가 막힌 고수들의 비법
5200원 계산할때 300원은 현금, 4900원만 카드결제 하는 까닭은?
월드컵 한국戰 여행가방 끌고 편의점 GS25로 뛰어간 까닭은?
마일리지카드 하나 더 만든 까닭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대형마트. 40대 주부 김모씨는 결제해야 할 금액이 '4만3200원'이란 것을 확인하고 300원을 꺼냈다. "300원은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4만2900원)는 신용카드로 결제할게요."

김씨가 내민 카드는 신한카드의 '심플 카드'였다. '낙전(落錢) 카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카드는 결제금액 중 1000원 단위 아래 금액을 한 달에 10번까지 할인해준다. 이 카드의 적(敵)은 이른바 '100원 아주머니'들이다. 이들은 100원짜리 동전을 들고 다니며 카드 결제 대금의 '끝자리'를 악착같이 900원으로 맞춘다. 이 방법으로 한 해에 10만8000원(900×10회×12개월)을 챙겨갈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를 설계할 때만 해도 사람들이 이렇게 집요하게 혜택을 뽑아갈 줄은 생각 못했다"고 털어놨다.

카드사들이 실적 악화 등을 내세워 혜택을 계속 줄이는 가운데 카드 혜택을 주도면밀하게 빼먹는 이른바 '체리피커(cherry picker)'들도 진화하고 있다. 체리피커란 실속만 쏙쏙 챙기는 소비자를 말한다.

◇"꼭꼭 숨긴 혜택, 끝까지 찾아내마"

체리피커들은 혜택이 좋아서 카드사들이 숨겨둔 정보를 집요하게 찾아낸다. KB국민카드의 이른바 '굴비 카드'를 둔 카드사와 소비자들의 '숨바꼭질'이 대표적이다. '굴비 카드'는 소비자들이 카드를 굴비처럼 엮어서 쓸 수 있다고 해서 붙은 서비스의 별명이다. 카드 한 개에 대한 연회비만 내면 다른 카드 몇 개를 더 발급받아 써도 연회비 없이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10년쯤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카드 사용자가 지나치게 늘자 국민카드는 2012년 체크카드에 대한 '굴비'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카드를 대폭 줄였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굴비 카드 혜택받는 법', '최적의 굴비 조합 베스트3' 같은 정보를 공유하며 카드사를 괴롭히고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항공 마일리지 적립 카드로 유명한 씨티카드의 경우 똑똑한 소비자들은 이른바 '쌍(雙)카드 전략'으로 최대한의 혜택을 뽑아간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마일리지를 많이 적립해주는 '프리미어마일 카드'를 기본으로 쓰되 특정 업종에 대해서만 파격적인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메가마일 카드'를 두 번째 카드로 쓴다.

연회비가 8000원(국내 전용)으로 비교적 싼 메가마일 카드는 패밀리 레스토랑, 극장 등 몇 개 업종에 대해 사용액 1500원당 최대 20마일(아시아나 기준)을 제공한다. 통상적인 항공 마일리지카드 적립률이 '1500원당 1마일'인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다. 회사원 이정국씨는 "재테크 카페에 씨티카드 직원이 올려놓은 정보를 보고 지난해부터 '쌍카드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따지면 "체리피커 앱으로 반격"

지난 17일 오후 6시, 금융회사에 다니는 정수영(38)씨는 퇴근 후 GS25 편의점에 들렀다. 그는 여행용 트렁크 가방을 준비해 아사히·기린·버드와이저 맥주를 10캔씩, 모두 30캔을 사 담았다. GS25는 BC카드와 공동으로 월드컵 한국전이 열릴 때 수입 맥주를 제한 없이 5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편의점 측은 ‘무거운 맥주를 사봐야 얼마나 살까’라고 예상하며 ‘무제한 할인’을 내걸었다. 예상은 깨졌고 첫 경기가 열린 전날 17일 저녁부터 편의점에 몰려든 사람들은 맥주를 싹쓸이해가다시피 했다.

이같이 카드 체리피커들이 점점 늘어나는 배경엔 SNS와 모바일 메신저라는 동력(動力)이 있다. GS25와 BC카드가 이벤트를 공지한 13일 이후 ‘먹는 건 정보력이다! (GS25로) 달리시오!’ ‘이건 특급 할인이다! 수입 맥주 반값!’ 같은 글이 트위터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사용액에 따라 소비자를 차별하자 소비자들도 반격에 나섰다. 카드 사용 실적을 집계해 보여주는 앱을 설치해 특정 카드를 꼭 필요한 만큼만 쓰는 것이다.

카드사들이 ‘가장 무시무시한 앱’이라고 부르는 이 앱은 이름부터가 ‘체리피커’다. 현재 60여만명이 사용 중이며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카드 사용 문자를 활용해 소비자가 특정 카드를 한 달에 얼마큼 썼는지를 자동으로 집계해 보여준다.

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금액보다 더 쓰면 ‘초과 사용액’이라고 빨간 글자가 뜬다. 이 앱을 개발한 조규범(40)씨는 “‘너희(카드사)가 조건을 까다롭게 건다면 우리는 더 까다롭게 카드를 쓰리라’는 마음으로 앱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부가 서비스를 현금서비스 같은 대출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로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와 카드사가 서로 신경전을 펼칠 필요가 없는 간결한 카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체리피커(cherry picker)

손님을 끌기 위해 만든 부가 혜택만 주로 챙기고 실제 돈을 별로 쓰지 않아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섞여 있는 과일 중에 달콤한 체리만 골라먹는 것처럼 소비한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