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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을 입고 햄버거를 배달하는 여인. 김현정의 작품 <나를 움직이는 당신> |
ⓒ 김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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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당돌한' 한국화가의 개인전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2011년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금상, 세계평화미술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세간에 이름을 알린 김현정 작가. 서울 종로에 있는 가나인사이트센터에 가면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 이름은 '내숭올림픽'이다.
김현정 작가는 이미 지난해 한 아트페어에서 작품이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다. 참신한 발상과 주제의식, 표현기법으로 "당돌하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SNS에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신예인 김 작가는 '한국화의 아이돌'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침체일로에 있는 한국화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무엇이 그녀를 떠오르는 별로 만들었을까.
그녀의 작품 <나를 움직이는 당신>을 들여다 보자. 한복을 곱게 입은 여성이 속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한복 치마를 입고 오토바이를 몰면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배달하고 있다. 당돌하고 웃긴다. 하의 실종된 하반신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망측하다는 느낌을 들게 만들지만, 동시에 시선을 잡아 당기는 역할도 한다. 이런 장치는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외설적이지 않은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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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구장에서 포켓볼을 치고 있는 여인이 담긴 <폼생폼사 순정녀> |
ⓒ 김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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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작가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 김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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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폼생폼사 순정녀>를 보자. 당구계의 여신이라 불리는 차유람과 자넷 리 액자를 뒤로 하고 보란 듯이 우아한 한복을 입은 트레머리의 여성. 그녀는 고수만이 가능하다는 '맛세이 자세'로 포켓볼을 치고 있다. 섹시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상황에 웃음이 나온다. 색상의 대비도 원색적이다. 작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보면 이제 드러내놓고 공원 체육시설을 이용하면서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야하다. 하지만 외설적이지 않다. 오히려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아슬아슬한 경계에 놓여 있다고나 할까. 그녀는 대학 시절에도 '내숭' 이야기로 그림을 그렸지만 교수들은 그 작품들을 이해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우울증까지 생긴 김현정 작가는 대학원에 진학한 뒤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겠다'는 확신이 섰다. 이렇게 나온 작품들이 '내숭 시리즈'의 시작이 됐다.
한복을 입은 여인을 보면 우리는 대개 '단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거기에 현대적인 소재를 결합하니 '파격'이 됐다.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앤디 워홀의 '팝아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내숭'을 기치로 내걸었을까. 그녀는 "모자란 부분은 감추고 좋은 모습을 보이려는 사람들에 대한 희화화의 욕구로 (작품을)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겉과 속이 다르듯 작품 안에 속이 훤히 보이는 치마를 담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넓은 치마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를 상상하며 한복 치마를 반투명하게 표현했다.
실제 김 작가는 직접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 밑그림을 그린 뒤 하루 10시간 이상, 1개월 정도 한 작품에 쏟아붓는다고 한다. 속살을 덮고 있는 치마는 마치 종이옷을 입히듯 얇은 한지에 염색해 콜라주한 것이다. 결국 자화상을 그린 셈이다.
자본주의적 인간의 해학적인 신풍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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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백을 보며 라면을 먹고 있는 여인을 그린 <아차> |
ⓒ 김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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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아차>를 보자. 집에서 '저렴한 자세'로 양은냄비에 라면을 끓여 먹는 여인이 보인다. 이 여인은 명품백에 쏟아진 스타벅스 커피를 '아차' 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 곧 죽어도 기 안 죽겠다는 명품으로 자신을 포장하면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일부 현대 여성의 '내숭'을 섹시하고 위트있게 풍자한 것이다.
그녀는 "위대한 작가보다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고루하지 않다. 기지가 있으면서도 표현은 혁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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