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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이씨는 ‘복부대동맥류 급성파열’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였다. 그는 “평소 지병도 없는데, 사고 당시 망치로 배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오더니 눈앞이 깜깜해지고 숨이 막혔다”면서 “대형 사고가 날 뻔 한 걸 하늘이 도왔다”고 했다.
이씨는 다행히 위험을 피했지만, 고령 버스 기사의 건강 문제나 피로가 실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지난 2월 서울 중랑구에서 마을버스를 운전하던 기사 조모(68)씨가 정차 중이던 소렌토 차량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조씨는 버스를 몰고 그대로 다음 정거장으로 향했다. 목격자 신고로 뒤늦게 경찰에 불려온 조씨는 “눈이 침침해 사고가 난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 지난 2월 11일 인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추돌 사고 현장.
최근 버스 기사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이들의 건강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대형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버스 기사 고령화는 당연한 추세인만큼 기사들의 건강을 보살펴주는 체계적인 사회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버스 운전기사들의 고령화 추세는 통계로도 잡힌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3년 등록된 전국의 버스 기사 8만737명 가운데 56세 이상이 1만9456명(24.1%)이었다. 4명 중 1명 꼴이라는 얘기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로 정년 이후 촉탁(囑託) 형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61세 이상이 2012년보다 629명 늘어난 4812명에 달했다. 서울 시내버스로 범위를 좁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2년 5058명이었던 56세 이상 기사 숫자가 2013년 5447명으로 늘었다. 시민교통안전협회는 “50대 버스 기사들의 이직이 줄고, 정년 이후 비정규직 고용이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 작년 6월 대전 서구 정림동 정림삼거리 부근에서 안모(43)씨가 몰던 시내버스가 전봇대 두 개를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버스 기사 평균 연령이 올라가는 건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당연한 추세”라며 “기사의 실수 하나로 수십 명의 생명이 위험해지는 만큼 지자체가 버스 회사에만 책임을 돌리지 말고 고령 버스 기사에 대한 관리나 지원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연 1회 고혈압·당뇨 검사 정도에 그치고 있는 버스 회사의 건강 검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마약 또는 강력 범죄 전과자들은 운전대를 잡을 수 없지만,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든 병을 앓는 사람이 이를 속이고 취업하려 할 때 막을 수 있는 규정도 없다. 기사 채용시 건강 이상 여부 판단 기준은 취업 희망자가 떼온 건강진단서 한 장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고령은 아니지만, 지난 1월 말 창원에서는 저혈당 쇼크가 온 시내버스 기사 정모(38)씨가 원래 노선을 이탈해 10여㎞를 더 주행하다 신호 대기 중이던 트럭을 그대로 들이받는 사고로 트럭 운전자가 숨지기도 했다.
오흥운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버스 기사들의 전반적인 신체 능력은 모든 연령대에서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나이보다는 그들의 질병을 꼼꼼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고령 기사들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 적성검사 주기를 더 짧게 하고, 고령자에 특화된 건강 검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기사 고령화에 대비해 안전 표지판과 신호등을 눈에 잘 보이도록 크고 선명하게 바꾸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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