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ne 12, 2014

남자 구두, 기본이 중요하다



잘못된 사이즈로 신으면 발 변형돼… 발등 높이까지 정확하게 측정해야
격식 차릴 때는 끈 달린 구두 신고 편한 자리에선 날개·끈 장식도 가능

일흔의 아버지는 엄지발가락이 밖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으로 고생했다. 자신의 발 크기가 평생 260㎜라고 믿고 산 아버지였다. 2008년 우리나라에 최고급 수제(手製) 구두를 소개하고 들여온 구두 전문가인 '유니페어'의 강재영(36·사진) 대표는 몇 년 전 아버지의 발 길이를 처음으로 재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아버지 발 길이는 280㎜였어요. 한 번도 자기 발 길이를 제대로 재볼 생각을 못하셨고, 평생 '대충 맞는다' 싶은 신발에 발을 우겨넣고 사신 거죠. 그렇게 꽉 끼게 신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무지외반증까지 걸렸던 거예요."

우리나라 남자들은 흔히 예의와 체면을 중시하지만, 정작 옷을 챙겨 입거나 신발을 제대로 골라 신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강재영 대표는 "가슴 아픈 이야기"라고 했다. "진짜 예의나 체면은 의관정제(衣冠整齊)에서 나오는 거죠. 사대부가 그랬고요. 제대로 신고 입어야 몸이 상하지 않아요. 기본만 지키면 되는데, 우리는 그조차 귀찮아하죠."

  구두 편집숍‘유니페어’의 강재영 대표. /김지호 기자
 구두 편집숍‘유니페어’의 강재영 대표. /김지호 기자
치수부터 다시 재라

신발 가게를 찾아오는 남자 손님의 대부분은 일단 직원에게 "내 사이즈는 몇이니 그 신발 좀 가져오세요"라는 식으로 말한다. 강 대표는 "자기 발 길이와 크기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고 했다.

신발 크기를 제대로 아는 작업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매장에서 발 길이와 발볼의 너비, 발의 두께, 발등의 높이까지 정확히 측정해야 '진짜 사이즈'를 알 수가 있다. 강 대표는 "재어보면 자기가 아는 사이즈와 다른 경우가 80% 이상"이라고 했다. "치수만 정확히 알아도 발이 놀랍도록 편해집니다. 이걸 잘 몰라서 필요 없는 불편함을 안고 다니는 거죠."

신을 때마다 끈을 묶어라

우리나라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충고 중 하나다. 강 대표는 "좌식 문화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밥집에서 양반 다리를 하고 밥 먹을 때가 잦다 보니 신발을 자주 벗고, 그때마다 끈을 풀고 또 묶기 귀찮으니 그냥 우겨 넣죠. 결국 신발이 망가지고 모양이 뒤틀려요. 신발이 보기 싫게 변하는 건 당연하고 나중엔 발이 아프죠." 귀찮아도 일단은 벗을 땐 풀고, 신을 땐 다시 묶어야 한다. 이걸 지키지 않는 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뒤집어쓰는 것과 비슷하다.

 유니페어가 최근 직접 제작한 다양한 스타일의 구두.
 유니페어가 최근 직접 제작한 다양한 스타일의 구두.
상갓집에서만큼은 끈 달린 신발을

우리나라 남자들은 편하다는 이유로 종종 오리발처럼 생긴 끈 없는 검정 구두를 신는다. 강 대표는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곳에선 끈 달린 구두를 신는 게 맞다"고 했다. 검은색과 갈색은 무난한 선택. 장식이 없을수록 '단정한 신발'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좀 더 편하게 옷을 입어도 되는 자리라면 여기에 구멍(브로그)이나 날개 장식(윙팁)이 들어간 신발, 또는 발등에 끈 장식이 있는 '몽크 스트랩' 스타일을 신어도 괜찮다.

기왕이면 '잘 만든' 신발을

기성화는 대개 구두와 밑창을 한 번에 꿰매는 '블레이크(Blake) 방식'이나 접착제로 붙이는 '시멘티드(Cemented)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신발이 오래가지 못한다. '굿이어웰티드(Good year welted) 방식'은 반면 구두와 밑창 사이에 코르크를 넣어 꿰매, 신을수록 발이 편하고 튼튼하다. 강 대표는 "구두 만든 방식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강 대표는 "'대충 신자'고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신자'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신발만 제대로 신었더라도 발이 그렇게 아플 리 없었겠죠. 직장인들이 오늘만큼은 자기 발을 돌아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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