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y 29, 2014

최고의 리더십은 Do Nothing

[매경 MBA] 최고의 리더십은 Do Nothing
Cover Story, 리더십 대가 키스 머니건 노스웨스턴대 교수
권한은 완전히 직원에 주고 간섭말고 끝까지 믿어줘라
리더는 의사결정 빨리하고 조직 잘 굴러가도록 지원만
때론 푸시하고 때론 다독이고…리더는 `거친 사랑`해야
기사입력 2014.05.30 14: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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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A씨에게 사실상 `휴가`란 없다. 휴가지에서도 수시로 이메일을 체크하고, 전화를 하며, 피드백을 직원들에게 보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외여행을 가서도 당장 급하지 않은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전화 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A씨는 회사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 가장 일찍 출근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직원들이 자신처럼 회사에 헌신하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음에 때론 절망하기도 한다. 그는 `내가 없으면 안돼`라고 생각하며 직원들을 믿지 못하고 세세한 일까지 일일이 체크한다.

# 2클라우드 컴퓨팅과 네트워크 보안 분야 1인자인 시트릭스(Citrix)의 마크 템플턴 CEO는 가족문제를 이유로 작년 가을 `휴직`을 신청했다. CEO가 며칠 휴가를 가는 것도 아니고, 수개월간 휴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시트릭스 이사회와 직원들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템플턴 CEO가 없는 동안에도 시트릭스는 아무 문제없이 잘 굴러갔으며, 작년 4분기의 매출과 순익은 모두 성장세를 보였다.

`바쁨`에 중독된 CEO는 고달픈 삶을 살지만, 이를 훈장처럼 여긴다. "내가 없으면 회사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라고 되뇌며 스스로 혹사시킨다. 하루라도 자리를 비워야 하는 날에는 불안증세에 시달린다. 스스로를 슈퍼맨이라고 생각한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이 슈퍼맨처럼 등장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직원들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한다. 굳이 자신이 간섭해 일일이 지시를 내린다.

이는 한국 등 아시아권 CEO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들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들에게도 자신처럼 바쁘게 일할 것을 강요하다보니 회사 전체가 스트레스 덩어리다. 하지만 성과는 늘 기대에 못 미친다.

반면 시트릭스는 CEO 휴직이라는 `엄청난` 공백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에 전년보다 매출은 8.4%, 순이익은 무려 21.6%나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실제 미국 IT업계는 `워크-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를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그 누구보다 CEO들이 앞장서서 이를 실천하고 있다. 회사에는 통상적으로 큰 변화가 없으며, 문제가 일어나는 일도 없다.

리더십의 대가인 키스 머니건(Keith Murnighan)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는 결국 최고의 리더십은 `두 낫싱(Do Nothing)`,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을 펼친다. 적게 일하면서, 더 나은 성과를 올리는 것이 그가 말하는 리더십의 핵심이다.

머니건 교수는 "리더는 리더의 일을 해야지 직원들의 일을 대신해선 안 된다. 그러나 대부분 리더들은 리더의 일보단 직원의 일을 대신하며 바쁘게 산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리더의 일`은 일상적 업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잘 `리드(Lead)`해 더 나은 성과를 거두게 하고,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는 "많은 리더들이 일 중독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말라(Do Nothing)`는 주장에 펄쩍 뛰며 어려움을 느끼지만 실제로 이보다 더 효과적인 리더십은 없다"면서 "일도 잘 돌아가게 하고, 리더와 직원 모두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머니건 교수는 매경MBA팀과 인터뷰를 통해 `두 낫싱`이 최고 리더십인 이유와 이를 위한 전제조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그와 한 자세한 인터뷰 내용.



-`두 낫싱`,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고 리더십이라고 주장했는데.

▶수많은 리더, CEO와 수십 년간 일해보고, 관찰한 후 내린 내 나름의 결론이다. 이들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다고 하소연하며 항상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들과 이들의 조직을 들여다보면, 성공은 이 리더들이 얼마나 일을 많이 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이 리더들이 이끄는 팀과 팀원의 습관에 좌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리더들은 그렇게까지 바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리더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작은 일에까지 간섭할 경우 능력 있는 팀원들이 일할 수 있는 여지를 잘라버려 큰 비효율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더들은 오히려 느긋하게 앉아서 실제 일하는 업무량을 줄일 때 회사나 조직 전체의 효율성이 커졌다.

-그렇다면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뭔가.

▶`두 낫싱`의 리더가 할 일은 실제로 두 가지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째 의사결정을 빠르게 해주는 것, 둘째는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고, 이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즉, 조직이 잘 굴러가도록 윤활유를 발라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리더 역할의 핵심은 직원들의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그리고 스스로를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능력을 맹신하지 말고 자신이 고용하고 뽑은 사람들을 믿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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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리더가 `두 낫싱`할 수 있는가.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닐 것 같다. 전제조건이 있다면.

▶먼저 직원들의 능력치를 파악해 회사에 최적화된 상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은 회사마다, 조직마다 다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를 행하는 방식이다. 훌륭한 리더라면 팀을 구성하고 배치할 때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나는 A직원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와 기술 때문에 감동을 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직원을 B팀의 C직급으로 임명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이다. 아무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은 채 리더가 마음속으로 판단해 결정을 내려버리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직원들은 당황한다. 패닉상태에 빠지고 낙담하기도 한다.

반면 `공개적으로 발탁`하면 `나는 리더가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 사람이구나`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동기부여를 받아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하게 된다. 두번째, 특정 업무를 그 직원에게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주고 이 부분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그 직원에게 줘라. 수시로 간섭하고 질책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심지어 그 직원마저 잃게 된다.

-하지만 CEO가 개입해야 할 일이 없을 순 없다. 특히 원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땐 권한위임을 이유로 손놓고 있을 순 없지 않나.

▶리더에게 중요한 건 일상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팀원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이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조정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다. 당장 성과가 안 날 수도 있고, 실적이 내리막일수도 있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관여해서 닦달하는 것과 몇 가지 문제점들을 알려주고 다시 한번 `너를 믿는다`고 말하는 것 중 어떤 것이 효율적일까. 두 번째다. 리더도 인간이기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되뇌어라. 나 스스로 이 일에 대해 직접 개입을 하지 않고, 팀원들을 믿어서 생기는 여유시간에 사람들을 `이끄는(Lead)`일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 이 팀이 이 과제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수 있지만, 이들을 믿고 독려함으로써 이 과제와 연결된 더 큰 과제를 훌륭히 수행해내 장기적으론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CEO가 특정 분야 전문가라면 개입하지 않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승진을 하고 높은 직급에 올라갈수록 리더 스스로의 전문기술은 감추라고 조언한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기술과 디자인 개발에 일일이 관여했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디자이너들을 리드해 창조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매일 수많은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는 의사가 병원장이 될 수 있는가. 학생들을 풀타임으로 가르쳐야 하는 교수가 대학의 총장이 될 수 있나. 아니다. 결국 위로 올라간다는 것, 리더가 된다는 것은 일상의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개입` 자체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부여한 권한을 침해하지 말고, 이들의 기술과 능력치를 존중하라는 것이다. 일이 잘 굴러갈 수 있는 작은 `터치(Touch)`를 해주는 건 좋다. 리더가 반드시 해야 할일은 최종 결정,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지기다. 이 부분에 있어서 리더는 확실히 역할을 해야 한다.

-`리더가 해야 할 일` 중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직원들은 리더와의 대화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리더도 직원과의 대화를 형식적인 것으로 여기기 일쑤다. 모든 사내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하는데.

▶그래서 나는 리더, 특히 기업의 CEO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복도 걸어다니기(Walk the Floor)`를 내준다. 애브러쇼프 함장의 방법이기도 하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건 절대 금물이다. 팀원들이 일하는 공간을 어슬렁거리며 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질문해야 한다. 처음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런 방법을 써봐라. 먼저 가볍게 대화를 건네라. 이름을 부르며 "잘 지내요? 요즘 가족들은 어때요?"라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내가 리더이고 CEO이지만 팀원 하나하나에게 개인적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제스처다. 그다음은 "지금 하고 있는 OOO하는 일이 잘 되나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을까요?"라고 물어라. 팀원들의 업무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있지만, 그 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업무를 잘 수행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질문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뭔가.

▶리더는 딱딱하고 형식적인 보고 없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직원들과 신뢰관계도 돈독해져 `두 낫싱`하기 쉬워진다. 팀원들은 리더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리더에게 질문을 해도 괜찮고, 때로는 제안을 해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리더와 팀원 간에 강한 `결속감`을 만들어내 일이 잘 돌아가게 한다.

-하지만 리더가 이렇게 매번 친근한 존재일 순 없다. 때로는 엄하고 냉정한 피드백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리더는 기본적으로 팀원들을 `푸시(Push)`해서 더 많은 것을 이뤄내게 해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팀원들을 세심하게 챙기고 인간적으로 대우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아주 다른 두 가지 접근을 동시해 해내야 진짜 리더다. 나는 이를 `거친 사랑(Tough Love)`의 실현으로 이루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을 보살피고, 신경써주고 싶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선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물론 질문은 때론 공격적이고 거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사랑할 수 있지 않겠나. 때론 상대방이 말하지 않고 숨기는 것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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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섬싱 리더` 자신은 성공해도 조직은 뒤처져

아무것도 하지 않는 `두 낫싱 리더`가 성공한다는 주장에는 반론이 많다. 쉴틈없이 바쁘게 살며 성공한 리더가 많다는 식이다. 또 리더가 쉬면 아랫사람들이 일에 허덕이게 된다는 주장도 대표적인 반론이다. 이에 대한 머니건 교수의 재반론을 소개한다.

-두 낫싱이 서로가 윈윈하는 리더십이라고 했지만, 수많은 `바쁜` 리더들, 즉 `두 섬싱(Do Something) 리더`들도 성공을 거두고 역사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바쁘게 사는 리더들은 자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하지만 그다음은 어떤가. 리더가 은퇴를 하고, 회사를 떠나야 할 때가 온다. 보통 본인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바쁜 리더는 후임자를 키우려 하지 않는다. 혼자 모든 것을 고민하기 때문에 현재에는 충실할 수 있으나, 미래까지 내다보지 못한다. 단기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이런 리더는 다른 사람이 일할 기회를 잡아먹고, 팀원들이 능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하기 일쑤다. 조직의 성공은 한정적이다. 리더 자신은 성공할 수 있으나, 그 조직은 `두 낫싱`하는 리더가 있는 조직보다 장기적으론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리더가 지나치게 `두 낫싱`하면 팀원들의 업무가 너무 많아지고, 그러면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질 수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리더는 팀원들에게 그들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을 활짝 열어주고, 그에 대한 책임은 리더가 전적으로 진다는 안도감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면 팀원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실현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적절한 칭찬과 보상이 가해지면 이들은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더욱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리더십의 핵심인 `동기부여`다.

물론 리더가 `두 낫싱`하는 경우, 직원들의 절대적 업무량이 많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거나, 하기 싫은 일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즐거운 일`이 되는 것이다. 결국 서로에게 윈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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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 해군함장이었던 마이클 애브러쇼프가 재입대 비율이 최저일 정도로 형편없는 실적의 벤폴드 함을 인계받고 한 유일한 일은 갑판 위를 하루 종일 걸어다닌 것이었다. 그러면서 만나는 사병마다 말을 걸었고, 임무 수행에 열심인 병사를 만나면 즉석에서 훈장을 수여했다. 영웅적인 일을 한 병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불러 훈장을 줬다. 훈장부여 숫자는 원래 1년에 15개였지만, 애브러쇼프는 이 제한을 풀었다.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공개적으로 발탁하고, 공개적으로 너를 믿는다는 사인을 준 결과 군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던 재입대 비율이 28%에서 2년 만에 99%로 늘어났고, 태평양 함대 최고 군함에 수여하는 스포캔 트로피까지 받았다.

■ who he is…

키스 머니건은 노스웨스턴 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전 세계 다수의 기업에 리더십 및 리스크 관리 컨설팅을 해주는 트레이너다.
 퍼듀대에서 사회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이곳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리노이대학과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서 강의하다가 1996년 노스웨스턴 켈로그 경영대학원에 합류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이코노미스트 등에 기고를 하고 있으며, 그의 연구 내용 다수가 리더십 분야에서 활발히 인용되고 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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