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y 20, 2015

입력 : 2015.05.21 03:00

美서 4만부 팔린 만화, 국내 출판하려다 중단돼… 이유는 "선정·폭력적"
"위인 이야기는 다 아름다워야? 왜곡·폄훼 아니라면 출판을"
업계에선 "이순신 장군은 청소년용이라야 팔린다"


 온리 콤판씨 사진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다룬 미국 만화책을 국내 한 출판사가 한국어판으로 출간하려다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화 군데군데 선정적인 장면이 등장하고 잔혹한 장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을 의식한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 원작자는 한국어판을 어떻게든 출간하겠다며 후원금 모금에 나서 출판업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만화가 온리 콤판(Onrie Kompan·32·사진)은 20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국내 한 출판사와 추진해온 '이순신: 전사와 수호자'(Yi Soon Shin: Warrior and Defender·이하 '이순신')의 한국어판 출간이 출판사 측의 거부로 무기한 연기됐다고 밝혔다. 만화 '이순신'은 콤판이 2009년부터 영어로 출간해 전(全) 12부작 가운데 현재 7권까지 나왔다. 시카고 출신인 그는 2006년 이순신 장군을 다룬 한국 드라마를 보고 감명받아 '난중일기', '징비록' 영문판 등을 보며 장군을 연구했다고 한다. 2008년엔 한국에 와 경남 진해, 전남 여수 등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도 돌아봤다.

콤판의 영문판 '이순신'은 북미 지역에서 지금까지 4만부가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소문이 나면서 콤판은 2013년 국내 한 출판사와 한국어판 출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출판을 목표로 수개월간 번역과 재편집 작업을 해왔는데, 작년 8월 출판사 측이 갑자기 출판 거부 의사를 통보해왔다고 콤판은 전했다. 그는 "(출판사 측은) 성적(性的) 내용과 폭력성을 이유로 제시했다"며 "한국 출판사들은 위험을 (감수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콤판은 그 출판사가 어딘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만화가 온리 콤판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그린 만화 ‘이순신:전사와 수호자’ 표지. 이 만화는 일부 성적인 장면과 폭력 묘사 때문에 국내 출판사에서 작년 8월 한국어판 출판을 거부당했다.
 미국 만화가 온리 콤판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그린 만화 ‘이순신:전사와 수호자’ 표지. 이 만화는 일부 성적인 장면과 폭력 묘사 때문에 국내 출판사에서 작년 8월 한국어판 출판을 거부당했다. /Onrie Kompan Productions 제공
콤판의 '이순신'은 미국에서 17세 이상만 볼 수 있는 성인물로 분류돼 있다. 그런 만큼 만화 곳곳에 유혈이 낭자한 살상(殺傷) 장면과 왜군(倭軍)이 조선 여인들을 성적으로 유린하는 장면, 일부 조선 장수가 여성과 관계를 갖는 모습 등이 그려져 있다.
콤판은 그러나 "한국에 출판된 다른 이순신 장군 관련 만화책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나의 '이순신'은 다르다"며 "내 만화에 담긴 피와 죽음, 성(性)이라는 요소를 약화시키는 것은 일본으로부터 민족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선정적이거나 잔혹해 보이는 장면이 이야기 전개상 필요했다는 얘기다. 오히려 청소년 도서라야 장사가 된다는 한국 출판업계의 상업적 판단이 출간 무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게 콤판의 주장이다.

콤판은 '이순신' 한국어판 출간이 어려워지자 최근 소셜 크라우드펀딩(후원금 모금) 사이트에 한국인들의 후원을 요청했다. 그는 "'영웅 이순신'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 독자들에게 한글판 '이순신' 단행본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국내 온라인 모금에는 270여명이 참여해 1000만원가량이, 해외 온라인 모금에는 130여명 4300달러(약 470만원)가 모였다. 콤판은 후원금으로 '이순신'을 완간하고, 한글판 단행본을 한국에 출간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판 '이순신'의 독자라는 대학생 김모(27)씨는 "역사를 왜곡하거나 폄훼하는 게 아니라면 '위인의 이야기는 무조건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작품 의도가 어떻든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하는 성인용 만화를 국내 정서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0자평

2015.05.21 08:30:50신고 | 삭제
오히려 인간 이순신의 적나라한 만화로서의 표현도 궁금합니다.허락을 안한다면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2015.05.21 11:07:08신고 | 삭제
미국작가가 그렸다고 해서 반드시 국내에서 받아들여야 할 필요는 없다. 미국적 Global 차원의 시각과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정서인 Local 시각의 차원은 언제나 같은수 만은 없다. 모든 기존 시각을 해체하는 포스트모던적 글로벌 정서가 예술의 다양성에 무슨 큰 도움이 될까. 출판사의 선택권도 존중해야 한다.
2015.05.21 10:39:03신고 | 삭제
일부 잔혹하고 성적인 장면이 있다고 해도 우리들에게 이순신은 나라를 구한 성웅이다. 얍삽한 장삿속으로 출판거부를 하다니. 모금을 한다는데 어디에 송금을 해야 하는지.
2015.05.21 10:25:49신고 | 삭제
이순신 장군은 똥 안 싸셨을까요? 국내 종북들의 역사 왜곡에 비할 수나 있을까?
2015.05.21 10:08:33신고 | 삭제
왜 수많은 훌륭한 장군 중에 이순신 장군을 성웅으로 추대하는지, 다른 외국인의 시각에서 보는 우리의 성웅에 대한 평가가 어떠한지 궁금하지 않는가?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야 할 성웅의 미화만이 아닌, 다른 시각도 보고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잘못된 건 바로잡을 수 있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2015.05.21 09:32:52신고 | 삭제
종이단행본출판이 어렵다면,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인 인터넷 만화(유료)로 출간하는 건 어떨까요? 포털 웹툰 같은 공짜만화 말고, 얼마전에 조선일보에서도 다루었지만 성인용만화를 모바일, PC로 돈내고 보는 레진코믹스 같은 곳에서 인터넷으로 이순신 장군님 만화를 출간하면 성인들이 돈내고 많이 보고, 수익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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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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