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3, 2015

  • 하버드? 말 잘듣는 양떼일 뿐 

  • 어수웅 블로그
    문화부 차장
    E-mail : jan10@chosun.com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어 1995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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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0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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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예일 등 美명문대생 내면엔 두려움·공허함 가득해 
성적 중심의 엘리트 교육 구조, 공부만 하는 '헛똑똑이' 만들어 
한국에도 비슷한 현상 나타나

공부의 배신 책 사진
공부의 배신
윌리엄 데레저위츠 지음
김선희 옮김|다른|344쪽|1만6000원
새로 임용된 40대 서울대 교수가 이런 푸념을 한 적이 있다. "요즘 서울대생들은 모험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 똑똑하고 단정한데, 괴짜는 없어." 교수는 이런 해석을 내놓았다. 신입생 입학 정원이 3000명 수준으로 대폭 줄면서 '합격 커트라인' 아슬아슬한 학생들이 예전과 달리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배짱 있는 학생들'이 연·고대에서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하고 있을 거라 추정했다.

그 이튿날 우연히 연세대 교수를 만났다. 놀랍게도 연대 교수 역시 같은 푸념을 하고 있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전부 모범생이야. 점수 따는 데는 귀신인데 질문이 없어." 그렇다면 이 '배짱 있는 괴짜', 역설적으로 '창의적 인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예일대 영문과 교수를 지낸 윌리엄 데레저위츠(deresiewicz)는 자신의 책 '공부의 배신'(부제: 왜 하버드생은 바보가 되었나)에서 창의적 인재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고 반박한다. 엘리트 교육 시스템과 사회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명문대의 소위 '수퍼 피플'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실제로는 '똑똑한 양떼'(Excellent Sheep)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컬럼비아, 브라운대에 입학하는 젊은이들을 보라. 복수 전공을 이수하고, 스포츠에 능숙하며, 악기를 다룰 줄 알고, 외국어를 몇 개씩 구사하며, 지구 저편에서 봉사활동을 해 본 적이 있고, 긍정적인 취미도 몇 개씩 갖고 있는 수퍼 피플이다. 하지만 이 '수퍼'의 허울을 들추면 외롭게 몸을 드러내는 명사와 형용사가 있다. 두려움, 불안, 좌절, 공허함, 목적 없음, 고독….

공부에는 귀신인데, 왜 공부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남들이 선망하는 목표를 따라하는 데 익숙한.

캠퍼스가 아니라 컴퍼니가 돼버린 대학, 엘리트는 투자 회사나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믿는 부모, 투자수익률로만 주판알을 튕기는 사회….
기사 관련 일러스트
ⓒHarry Campbell
스탠퍼드대학에는 '스탠퍼드 오리 신드롬'이 있다고 한다. 바깥에서 볼 때는 고요하고 차분한 모습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모두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자학(自虐)이다. MIT의 한 2학년 학생은 학내 게시판에 '멜트 다운(melt down)'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원래 멜트 다운은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버리는 현상. 그에게는 자신을 포함한 MIT 학생들의 수치심, 생의 무의미함, 이따금씩 찾아오는 압도적인 외로움의 다른 표현이었다. 가련한 헛똑똑이들. 실패할지도 모르는 일은 아예 회피하기 때문에 실패할 일이 없고, 자신이 잘 알고 있고 아주 잘하는 것이 아니라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네 열정을 찾아라'라고 주문하지만, 이 아이들은 어떻게 열정을 찾아야 할지 모르고 있다.

이 책은 결국 옐로카드이자 메시지다. 허울뿐인 엘리트 교육에 대한 분노이고, 캠퍼스인지 컴퍼니인지 헷갈리는 대학에 대한 고발이며, 대안을 찾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가 불투명할 거라는 경고다. 특히 공적 기관으로서의 유효기간이 임박한 듯한 미국 명문 대학에 대한 고발은 신랄하다. 전인교육은커녕 이윤 창출이 가능한 연구만 성배(聖杯)를 독차지하는 대학. 작가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humanities 대신 amenities만 얻는다고 비꼬았다. 인문학(humanities)을 배우는 게 아니라 호화로운 신축 기숙사, 체육관, 학생센터 등 편의시설(amenities)만 누린다는 것이다.

똑똑하지만 방향과 목표를 잃어버린 엘리트에 대한 흥미로운 방증(傍證)이 있다. 저자는 조지 부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1988년 전당대회에서 다퉜던 마이클 듀카키스와 부시의 논쟁을 예로 들었다. 하버드 법대 출신의 듀카키스가 부시를 놀린다. "이 선거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이 선거는 능력에 대한 것입니다." 부시는 이렇게 반박했다. "능력은 기차를 제 시간에 가게 만들지만, 기차는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선도할 수 있는 리더들을 길러내는 것이 관건이다. 새로운 엘리트를 개발하지 않으면 미국의 미래는 없다고 데레저위츠는 단언한다. 어떤가.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미국의 사례로만 들리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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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 通 (총 2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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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썸네일
깊은 연못은 고요하다. 깊고 고요한 사유가 결국 통관적 사유를 일구어낸다. 깊기에 많은 다양한 물을 폐쇄성이 없이 수용할 수 있고, 고요하기에 그 많은 다양성들을 상호모순 없이 자기 물로서 소화시켜 나간다. 한국의 철학은 이 시점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흙탕물을 일으킴이 없이 상관적 화음의 복락(福樂)을 우리와 후손들이 누리게끔 우리를 깊어지게 하는데 있겠다. 나는 우리가 마음에서 좀 더 깊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졸저는 그것을 위한 조그만 길잡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이시우 썸네일
한국의 인문학이 거세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인문학을 살리기 위하여 엄청난 돈을 투자하려고 하는데, 인문학자의 마음이 기껏 중계방송을 잘하는 수준의 정보학적 차원을 떠나지 않는 한, 그런 기획은 결코 성공할 수 없겠다.한국의 인문학이 거세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인문학을 살리기 위하여 엄청난 돈을 투자하려고 하는데, 인문학자의 마음이 기껏 중계방송을 잘하는 수준의 정보학적 차원을 떠나지 않는 한, 그런 기획은 결코 성공할 수 없겠다. 철학은 한 시대의 다양한 정신문화(정치경제, 문화예술, 사회도덕, 과학기술, 역사종교 등)를 통일적, 유기적으로 상관적인 연관관계 아래서 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플라톤이 이미 철학은 ‘통관적 비전’(synoptic vision)이라고 해명했다. 그런 비전이 가능하려면, 사유가 깊어야 한다. 사유가 얕은 사람들은 유식한 척 위의 다양한 정신문화를 거론해도 서로 어긋나는 말들을 감정적으로 토해낸다. 철학의 빈곤이다. 철학은 사유를 깊게 한다. 깊은 사유가 다양한 세상을 유기적 상관성으로 보는 도를 깨닫게 해준다. 깊은 연못은 많은 종류의 물을 다 수용하면서도, 결국 혼란 없이 자기 연못의 물로 소화시키고 정화시켜 나간다. 깊
이시우 썸네일
[내 책을 말한다] ‘마음혁명’/살림 펴냄/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이 졸저는 작년 한해 52주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되었던 ‘철학산책’을 재정리한 것이다. 이것은 대중들에게 철학적 사유를 가까이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일 뿐만 아니라, 또한 현재 한국의 정신문화가 모든 면에서 철학적 사유가 빈곤하고, 얄팍한 감정의 호오(好惡)와 시비(是非)로 세상을 온통 채색하는 센티멘털리즘의 유치함을 극복하려는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대중생활의 정신문화만 빈곤한 것이 아니라, 대학의 인문학도 퇴조의 길을 완연하게 걷고 있다. 대학의 인문학도 철학적 사유가 결핍된 정보학의 수준으로 전락하는 위험성을 노출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의 철학강의도 철학적 사유에로 입문하는 도(道)를 가르치기보다, 오히려 철학에 관한 단편적 정보를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철학은 정보학(情報學)이 아니라, 입문학(入門學)이다. 입문학이란 도에 입문하는 길 찾기를 말한다. 단지 전공이란 미명 아래 철학의 어떤 영역을 소개하고 지적 정보로서 알려주는 일은 철학의 할 일이 아니다. 인문학의 대종인 철학이 죽은 단편적 정보만을 소개하는 일을 하다 보니, 한국의 인문학
서종식 썸네일
명문대 출신이 아닌 자들은 <멍청한 양떼>들이지. 헛된 멍청이들이기도 하고 말이지. 같은 값이면 멍청한 양보다는 똑똑한 양이 나을 것이고, 헛되고도 헛된 인생 멍청이로 살기보다는 똑똑이로 사는 것이 낫겠지.
서종식 썸네일
한 서남대쯤 나오면 세상 만사를 다해낼 수 있다고 말할 기세네.
이민영 썸네일
지난 수년간 본기사에 오른 미국 동부 유명 대학교에 입하지원생을 인터뷰를 하여 온 경험이 잇는데 인터뷰를 하는 주목적은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 아니고 자기능력에 확신 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에 앞날에 관하여 확실한 주관이 서잇고 그에 따라 자기에게 적합한 대학을 충분희 고려 하엿나 등등을 확인하여 이 학생이 이학교에 입학함으로 앞으로 생에 목표를 성취 하는데 도움이 될수 잇나를 판정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선적이 높아도 학교 이름만 보고 지망하는 학생은 입학을 추천 안합니다.
쟌윤 썸네일
  • 쟌윤(john****)2015.05.03 01:04:36
하버드대 출신 노벨상 수상자가 153명 (교수 48명) 인데 헛똑똑이라 부르는게 좀 그렇네. 정치인, 기업인, 사회사업가, 법조인, 과학자, 의사, 문학가, 예술가, 헤아릴수없이 많은 인재를 배출했는데 공부만 할줄아는 바보만 키운다고? ㅎㅎ http://en.wikipedia.org/wiki/List_of_Harvard_University_people
쟌윤 썸네일
  • 쟌윤(john****)2015.05.03 00:56:20
저자가 영문학 종신교수 자리 못 따고 대학에서 쫒겨난 후에 복수심과 자신 정당화를 위해 쓴 책일뿐. 종신교수 자리 땄다면 예일대를 칭송하는 책을 썼겠지.
김용철 썸네일
수련장만 푸는 SKY 나라와 아이비스쿨은 하늘과 땅 차이. 현 대학입시제도와 내자식만 서울대 보내면 된다는 의식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가 될 건 뻔하다. 미국에 가서 살아봐라 과연 한국서 교육 받은 자들이 얼마나 괜찮은 인간군에 들어가는지. 다 헛일이지. 어떨 땐 이러한 현실이 넘 슬퍼ㅜㅜ
김종윤 썸네일
튀는 젊은이, 창의적 발상을 내놓는 괴짜, 그런 도발적인 인재(?)가 일을 저지르기는 하겠지만, 대학생이라면 인간의 문제에 대한 여러 철학적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학구적자세로 연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 자체가 창의적 인재보다는 순종적 인재를 더 선호하고 그러한 인재를 선발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내게 자식 둘이 있는데 교과서만 디립다 외운 넘은 사시를 거쳐 검사가 되었고 자유분방하게 제가 보고 싶은 책(주로 소설, 만화, 기타 雜書)이나 보고 잠이나 퍼 잔 넘은 기자가 되었습니다. 기자가 된 자식이 하도 공부를 하지 않아 고 3 때 불러 앉히고 말해줬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 가면 너가 우등생이고 너의 형이 열등생 된다. 그러나 여긴 한국이다. 교과서를 외우지 않으면 열등생 못 면한다" 실제로 기자가 된 넘은 아는 건 많은데 대학은 좋은(?) 대학을 못 갔죠. 잡스런 것이라도 아는 게 많아야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암기왕은 법조인이나 의사밖에 더 되겠어요? 대학에서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려는 노력과 함께 참신한 인재발굴방법을 개발하여야 할 것입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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