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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700명 참가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 가보니]
4등이상 300명 중 한국은 2명
한국학생은 발명품 경진 수준… 선진국은 실용화 아이템 승부
"귀금속은 화학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아 같은 방법으로는 금을 얻기가 어렵고, 귀금속 입자만 체로 거르듯 흡착하는 물리적 방법을 써야 합니다."(강선우 학생)
지난 14일 글로벌 반도체기업 인텔과 인텔재단이 주최한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Intel International Science & Engineering Fair)가 열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피츠버그 로렌스 컨벤션센터. 반백(斑白)의 미국 심사위원이 강선우(18·청심국제고 3년)양에게 질문을 던지자 강양은 중금속과 귀금속 흡착의 차이점을 침착히 설명했다. 강양은 이번 대회에 급속히 증식하는 탓에 '바다의 무법자'로 불리는 해파리를 이용해 수은·카드뮴 등 중금속을 없애는 아이디어를 시연했다.
강양의 설명을 들은 심사위원 니콜라스(51) 박사는 "해파리에 황산 콘드로이틴이 있다는 것과 이 물질로 중금속을 걸러낼 수 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이 둘을 연결할 생각은 학생이 처음으로 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강양은 "이 주제로, 한국에서 열린 경진대회에 수차례 나가봤지만, 칭찬을 받기는 처음"이라며 얼떨떨해했다.
-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에 출전한 인천 진산과학고 장준수(18)군이 심사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인텔코리아 제공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학생들은 "이론을 자유자재로 응용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구강 바이오필름 생성 억제 및 분해에 관한 연구'로 특별상을 받은 엄혜림(18)양은 "한국의 경진대회에선 주어진 연구 주제와 관련해 기존 이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를 평가받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을 제시하고 이론을 적용시켜보라는 주문을 받았다"며 "한국 대회 때처럼 15분 분량의 발표문을 달달 외워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한국과학기술지원단 이희권 부단장은 "인텔 ISEF 등 국제대회에선 응용이 자유롭게 되는 학생은 '이론적으로 이미 탄탄하다'고 간주한다"고 했다. 이 부단장은 "1999년 참가한 이래 한국 학생들이 종합 우승상을 한 차례도 받지 못한 것도 문제 해결 능력보다 이론을 설명·해석하는 데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 20개 분야에서 4등상 이상을 받은 300여명 가운데 한국 학생은 2명에 불과하다. 미국 200명, 캐나다 20명, 독일 11명, 중국 11명, 싱가포르 10명, 사우디아라비아 9명, 일본 5명, 필리핀 3명, 베트남 2명 순으로 수상자를 냈다. 세계 최대 고교생 과학경진 대회인 인텔 ISEF에 한국은 1999년부터 참가해 한 해 두세 팀 정도 입상하고 있다. 카이스트 배두환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발명품 경진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과학 선진국 학생들은 당장 실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아이디어도 내고 있다"며 "한국 과학 교육이 그저 이론을 익히고 시험을 잘 치르는 데 치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등상을 받은 강선우양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실험에 필요한 중금속을 자비 200만원을 들여 구했다. 학교 실험실에 필요한 재료가 구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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