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상훈
- 디지털뉴스본부 기자
- E-mail : if@chosun.com
- 기자
얼마 전 국내 대기업 임원들이 5년 정도 근무하다 55세에 은퇴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 업체가 제한적이나마 기업들의 일정 기간 사업보고서와 공시 내용들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한데 대기업에 근무하는 임원들은 실제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각박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물론 대우나 환경이 예전같지 못하다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임원 자리까지 오른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일 겁니다. 입사 동기 100명 가운데 두세 명만 임원이 되는 현실이 말해주듯,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런 혜택도 못 누리고 회사를 그만둬야 하니까요. 다만 임원 자리만 놓고 봤을 때, 이 자리가 모든 미래를 해결해주는 그런 시대는 지난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이지요.
물론 대우나 환경이 예전같지 못하다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임원 자리까지 오른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일 겁니다. 입사 동기 100명 가운데 두세 명만 임원이 되는 현실이 말해주듯,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런 혜택도 못 누리고 회사를 그만둬야 하니까요. 다만 임원 자리만 놓고 봤을 때, 이 자리가 모든 미래를 해결해주는 그런 시대는 지난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이지요.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요즘 임원들이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것은,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각박해지면서, 임원들의 ‘목숨’도 갈수록 파리 목숨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임원은 본래 ‘임시 직원’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잣대는 더 엄격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실적이 안 좋으면 고참 임원은 물론이고 초년 임원들도 곧장 해고됩니다. 지난해 실적이 급감했던 삼성전자의 경우 연말 인사에서 적지 않은 수의 초년병 임원들이 옷을 벗었습니다. LG전자에서도 만 1년 남짓한 임원이 해고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는 그래도 임원(상무) 되면 통상 3년은 보장해준다던 과거 관행과는 크게 달라진 것입니다.
오너 리스크도 여전히 변수입니다. 아직도 대기업들 사이에선 오너의 심기를 거슬렀다가 그간의 실적에 아랑곳없이 어느날 보직 해임을 당하고 대기발령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모 기업의 경우 한 임원이 오너 사장 지시에 이견을 달았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사장은 그 자리에서 경영담당임원을 부른 뒤, 자신의 의견에 반한 임원을 가리키며 ‘쟤 자리 당장 빼. 밑에 애들 다 다른데 보내. 법인카드도 당장 뺏어’라고 큰 소리로 호통을 쳤고, 결국 해당 임원은 깊은 모멸감 속에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반대로 작년 말 대한항공 모 상무처럼 오너를 보호하려다 구속되는 지경까지 빠지기도 합니다. 담당 임원으로서는 말 한 마디로 회사를 좌우하는 오너의 뜻을 따를 것이냐, 법대로 원칙대로 일을 처리할 것이냐 수시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것이지요.
최근에는 사회의 법과 제도가 엄격해지면서 임원 본인이 안아야하는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건설회사에서 재건축이나 공공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주거나 담합을 해서 형사 처벌까지 받는 영업담당임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데 이런 움직임이 더욱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가령 통신업계의 경우 최근에는 단말기유통법이라는 법이 만들어져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과도하게 보조금(신규 가입 소비자에게 통신사가 휴대폰 값 일부를 내주는 것)을 지급한 통신사들의 신규 모집 담당 임원들은, 검찰에 형사 입건돼 처벌을 받을 곤경에 처하고 있습니다.
- 일러스트 = 이철원 기자
물론 법적으로는 당연히 이런 행동은 하거나 지시하지 말아야 할 일들입니다. 다만 이들 역시 마음으론 그러고 싶어도 ‘살아남기 위해’ 그러지 못한다고 넋두리를 합니다. 치열한 영업 전선에서 원칙만을 얘기할 경우 오너로부터 ‘저 놈 저거 임원씩이나 된 놈이 몸 사리네’ 식의 시선이 날아온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낙인이 찍혀 버리면 결국 연말 인사 때 옷을 벗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한데 과거와 달라진 점은 이렇게 오너를 위해 혹은 회사를 위해 나름 몸바친 임원들에 대해서도 회사가 나중에 잘 구제를 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회적 비판의 시각이 따가운 마당에, 회사로선 그냥 모르는 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전언입니다.
그 밖에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주말에도 제대로 못 쉬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삼성그룹 임원들은 매일 오전 6시 30분이면 사무실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밤에는 늦게까지 업무를 하거나 업무 회식 자리가 적지 않습니다. 또 일반인 입장에서는 배부른 소리겠습니다만,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상무들에게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운전기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사무실 역시 대부분의 기업에서 실무형 임원을 만든다는 컨셉하에 별도의 방을 주지 않습니다. 대부분 파티션으로 분리돼 있는 정도입니다. 자기 방은 상무를 만 4~5년 이상해야 노려볼 수 있는 전무, 그리고 대개는 부사장 이상이 되야 주어집니다.
- 일러스트 = 이동운 기자
그럼에도 다들 임원을 하려고 합니다. 이유는 단순하겠지요. 샐러리맨을 시작한 마당에 임원 한번은 해봤으면 하는 소망도 없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일반 직원일 때보다 높은 급여가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들도 급여가 늘어나는 것만큼은 만족스러워 합니다. 기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부장 때보다 적게는 20% 많게는 50% 이상 오른다고 합니다. 다만 이들의 넋두리겠습니다만 이 구간의 소득은 최고 소득세율(38%)이 적용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 받는 것은 오르는 폭의 절반 넘는 정도라고 하네요. 그게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도 먹고 살려면 회사를 다녀야 하고,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결국 임원이 되지 않으면 다닐 수 없기도 합니다. 고참 부장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을 테니까요.
더군다나 노후를 생각한다면, 그저 앞만 바라보고 달려가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수명 100세 시대’가 되면서 모두가 공통적으로 안는 고민이겠습니다만 이들 역시 노후 고민을 잊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삼성그룹처럼 상당 규모의 연말 격려금이 따로 지급되는 기업이나 내수 시장을 몇몇 기업이 독과점하며 초고액 연봉을 받아가는 보험회사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다면, 임원들도 최소한 만 5년 이상은 해줘야 노후 생활을 그럭저럭 유지해갈 수 있다고 하네요. 그저 단순히 임원이 된 것만으로는 노후 보장이 되지 않기에, 임원으로서 오래 서바이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그래도 이들이 내심 희망을 잃지 않고 소망하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그들만의 ‘이너 서클’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상무에서 전무가 되고 더 나아가 주요 보직을 맡은 부사장이나 등기이사가 되면 대부분의 기업에서 급여가 천문학적으로 뛰기 때문이지요. 또 이 수준이 되면 퇴직 후의 대우 역시 파격적으로 달라집니다. 국내 10대 그룹 소속 한 2년차 임원은 매일 새벽 남들 다 자는 아파트를 혼자 나설 때마다 “그 안에 들어가면 제일 좋고, 안 되도 어쩔 수 없으니 버텨야 한다”를 마음 속으로 외친다고 합니다.
한 때 ‘기업의 별’로 불렸던 임원. 그러나 요즘의 대다수 임원들은 과거의 임원들과는 다르게 더 고단한 삶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임원들을 바라보는 일반 직장인들의 심경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에서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혹은 ‘저러고 살고 싶을까’라는 마음이 생겨나기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적으로 ‘그러는 내가 바라볼 곳도 결국 저기’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합니다.
Talk & 通 (총 5개)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Note: Only a member of this blog may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