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보증금·아파트 경매도…인근 집값은 3~4억씩 뚝뚝
최고급 주상복합과 레스토랑·카페가 집중적으로 들어서 ‘분당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정자동(경기 성남시 분당구)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정자동 카페골목에 집중적으로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는 최근 3년여 만에 3~4억원씩 가격이 떨어졌고, 일대 상권의 권리금·보증금은 2010년의 절반 수준까지 하락했다. 주택·상가 할 것 없이 거래가 끊겨 경매시장에도 정자동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자동 카페골목 일대는 전체 면적은 좁지만, 최고급 단지가 밀집해 있는데다 쇼핑·데이트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핫플레이스(hot place)’로 상징성이 있다”며 “정자동 시장이 무너지면 ‘천당 아래 분당’이라던 분당 부동산 시장의 이미지도 훼손될 것”이라고 말한다.
- ▲ 정자동 카페골목 일대 전경./네이버 로드뷰 캡쳐
정자동은 분당신도시 랜드마크 단지가 밀집된 곳. 마치 요새를 연상시키는 ‘파크뷰’(SK건설)를 비롯해 대형평형 위주로 38층 높이로 지은 ‘미켈란쉐르빌’(삼성중공업), 탄천이 내려다보이는 ‘아데나팰리스’(삼성물산), 정자동 카페골목에서도 핵심상권에 위치한 ‘분당현대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 등이 분당선 정자역을 중심으로 모여 있으며, 두산위브파빌리온과 두산위브제니스(두산건설), 동양 파라곤(동양건설산업) 등의 최고급 주상복합이 즐비하다. 주택평형도 대부분 150~260㎡(약 40~80평)의 중대형으로 구성돼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외형과는 달리 이곳의 주상복합·아파트 시세는 추풍낙엽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파크뷰(161㎡)의 현재 시세는 10억원이다. 2010년 3월에만 해도 이 아파트는 13억2500만원이었다. 3년 만에 3억2500만원이 떨어진 것. 이마저도 취득세 감면 종료에 따른 시장 관망세와 10억원이라는 심리적 지지선이 유지되고 있는 것뿐이지, 실제 거래가 이뤄지려면 사실상 10억원선이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
분당현대아이파크(188㎡) 역시 2010년 3월 기준 12억4000만원에서 현재 9억75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같은 기간 16억원까지 치솟았던 미켈란쉐르빌(207㎡)은 현재 11억원. 3년 만에 5억원이 빠졌다.
정자동의 K공인 관계자는 “2010년 초 3.3㎡당 2464만원이었던 정자동 매매가격은 현재 1957만원 선까지 주저앉았다”며 “서울 강남보다 부동산 침체 여파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 구멍 뚫린 정자동 카페골목, “신분당선, 호재가 아니라 악재”
주상복합 저층에 마련된 상가 점포 분위기도 울상이다.
이곳은 초고급 주상복합의 상가 점포답게 고급스러운 레스토랑과 아기자기한 디저트점·소품점·의류매장이 수십곳씩 몰려 있는 곳이지만, 최근엔 3~4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간판을 바꿔 다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정자역에서 카페골목으로 들어오는 진입로는 소위 ‘목’으로 통하지만, 현재 공실(空室)로 수개월째 남아있다.
상가정보 전문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정자동 소재 점포의 3.3㎡당 권리금은 현재 194만원이다. 2008년 500만원, 2010년 300만원이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권 형성 이후 최저 수준이다. 보증금과 월임대료도 마찬가지. 현재 3.3㎡당 보증금은 86만6000원 선으로, 2010년(165만5000원)에 비해 반토막 났다. 월 임대료도 3.3㎡당 6만2000원 선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점포라인 관계자는 “이 지역은 유동인구가 급속히 늘고, 신분당선 정자역 개통 호재에 대한 기대감까지 반영되면서 권리금·보증금·월임대료가 고공행진을 거듭했지만, 정작 개통 후 정자동 수요가 강남으로 빠져나가고 불황까지 겹쳐 가격이 모두 최저치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 ▲ 정자동 카페골목 상권 전경./허성준 기자
경매법원에서도 정자동 물건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과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1년 동안 나온 물건 수는 185개로 전년(2011년)보다 43개가 더 나왔다.
그렇다고 정자동 물건에 입질이 많은 것도 아니다. 평균 응찰자 수는 5.2명 수준으로 수도권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낙찰률은 2008년 이후 최저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2001년 이후 1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달 감정가 14억원에 나왔던 파크뷰는 9억4670만원에 낙찰됐고, 10억5000만원에 나온 미켈란쉐르빌은 7억8770만원에 겨우 주인을 찾았다. 대부분의 물건들이 2~3차례 유찰 끝에 낙찰된 것.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지난해 정자동 수치를 확인해보면 경매에 넘어간 이후 채무 변제에 성공해 경매 취하가 된 물건이 단 2건”이라며 “일정금액 이상을 공탁하면 경매 취하가 가능한데 대부분 경매가 진행된 것을 보면 이 지역 주택 소유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예년에 비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2006~2007년 중대형 주상복합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50대 이상의 자영업자들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정자동을 택했던 사례가 많다”며 “부동산 경기침체뿐 아니라 전방위적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한 소유주의 부동산이 경매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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