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같은 운명.'
75년 동안 해로한 롱비치 거주 백인 부부가 하루 차이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먼저 죽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 부인 헬렌 브라운은 지난 16일, 헬렌 없는 세상을 원치 않았던 남편 레스 브라운은 17일에 각각 눈을 감았다.
헬렌은 위암으로 투병했으며 레스는 파킨슨병을 앓았다. 하루 차이로 생을 마감한 이들은 생일도 같다. 지난 1918년의 마지막날 태어났다. 올해로 94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살에 결혼했으니 75년을 부부로 함께 살았던 것이다.
프레스 텔레그램, 데일리 브리즈 등 미 언론은 앞다퉈 한편의 영화 같은 브라운 부부(사진) 이야기를 생전 다정했던 커플의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했다.
레스와 헬렌 부부는 헌팅턴파크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20살도 안 된 나이에 결혼을 하겠다고 나섰던 이들은 양가의 반대에 맞선 끝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주위에선 철부지로 보이는 이들의 사랑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서로가 서로에게 운명같은 인연이었던 셈이다.
레스는 사진작가로 스튜디오를 운영했으며 헬렌은 가정주부였다. 그리고 슬하에 두 아들을 뒀다.
아들 레스 주니어와 대니얼은 "늘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진정한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여느 부부들처럼 레스와 헬렌도 티격태격할 때가 있었다. 헬렌은 엄격한 성격이었고 레스는 그 반대였다. 하지만, 성격 차이를 극복한 두 사람의 사랑은 75년이란 세월의 담금질을 거쳐 더 단단해졌다.
같은 날 태어났던 이들은 장례식도 함께 치르게 된다. 내달 3일 오후 2시 가든그로브시 킹덤홀에 모일 조문객들은 헬렌과 레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게 된다. 이 세상에서의 처음과 끝을 함께 했던 노부부를 추억하면서 말이다.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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