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29, 2013

# 우리 주변을 보면, 너무나 당연하듯 혈액형을 가지고 사람 성격을 분류한다. A형은 내성적이고, B형은 이기적이며, AB형은 속을 알 수 없고, O형은 외향적이라는 식이다. 그래서 나온 우스개가 A·B·AB·O형 등 4명이 함께 밥 먹는 이야기다. "AB형이 갑자기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면, O형이 궁금함을 못 참고 AB형을 쫓아 나간다. B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밥을 먹고, A형은 B형에게 '쟤네, 나 때문에 나간 거야?' 하고 걱정돼서 묻는다." 이런 걸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 많다.

# '혈액형 성격론'은 일본에서 시작됐다. 1970년대 일본의 한 방송 작가가 쓴 '혈액형 인간학'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면서 퍼져 나갔다. 그것이 우리나라로 넘어왔다. 혈액형 미신을 믿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정도다. 일부 방송에서는 그것이 마치 정설인 양 다룬다. 그 사람의 성향으로 보아 자기가 예상한 혈액형이 맞으면 그럴 줄 알았다며 손뼉을 치고 무릎을 친다. 이를 두고 한 외국 기자는 일본 작가에게 세뇌된 한국인이라고 했다. 이력서에 혈액형을 쓰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지 싶다.

# 이제 '혈액형 성격론'은 그저 재미로 하는 놀이로 그쳐야 한다. 과학적·통계적 근거를 가진 혈액학이나 심리학이 아니다. 혈액형이 무엇이든 간에, 그런 타입의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꼭 B형 혈액형이 그렇게 주장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긴 있다.

[김철중의 생로병사]
http://chosun.com/tw/?id=2013072903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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