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21, 2013

[Why] [乙의 맛] 아파트도 주택도 아닌 사우나로… 逆발상이 안겨준 '화장품 판매왕'
입력 : 2013.07.20 03:01

10년차 아모레퍼시픽 뷰티 카운셀러 강영임씨

나는야 '인천 사우나 아줌마'
걸쭉한 '갱상도' 사투리로 로션 발라주고 얼굴 마사지
홀딱 벗으며 마음을 얻었다

사우나선 하루 50명도 만나… 방문판매론 많아야 다섯 집

인천 남구의 한 목욕탕. 아침부터 시끌벅적한 여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출 을매나 끼고 집 샀심꺼. 아들내미 중신 자리 하나 알아봐 드릴까예?" 아줌마들의 전형적인 수다 같지만 무언가 좀 다르다. 좌중을 이끌던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의 여성이 갑자기 다른 아줌마들에게 로션도 발라주고, 얼굴 마사지도 해 준다. 목욕탕이 갑자기 피부관리실 분위기로 바뀌었다.

'인천 사우나 아줌마'로 유명한 이 여성은 아모레퍼시픽 뷰티 카운셀러(화장품 방문판매원)로 일하는 강영임(56)씨. 강씨는 최근 열린 제14회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카운셀러(화장품 방문판매원) 대회에서 3만8000명 카운셀러 중 그룹왕 1위를 차지했다. 인천 숭의점 리더(수석 마스터)인 강씨와 강씨가 이끄는 50여명의 카운셀러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약 15억원. 강씨는 5년 연속 수상해 기존에 없던 기록을 새로 세웠다. 지금까지 받은 상금은 모두 불우이웃에 기부했고, 올해 부상으로 받은 중형차는 봉고로 바꿔 아프리카에 역시 기부했다.

 10년차 아모레퍼시픽 뷰티 카운셀러 강영임씨
 강영임 수석 마스터는“시기·질투는 물론 멸시도 많이 받았다”면서“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읽으며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전기병 기자
"사우나에서 홀딱 벗고 자연인 대 자연인으로 마주하니 마음 얻는 게 더 쉬웠던 거 같심더. 기부예? 능력 닿는대로 기부할 수 있으니 을매나 행복합니꺼. 회사 돈 내놓고 폼만 재는 여느 CEO보다 지가 잘났다 생각함더. 하하."

낚시터에서 건진 노하우

강씨가 방문판매에 입문한 건 지난 2003년. '영업'에 도전하는 여느 다른 주부들과 비슷하게 그녀 역시 '막막한' 생계 때문이었다. "쌀 살 돈이 없어 아이에게 밥을 못 먹이는데, 엄마로서 그런 죄인이 어딨습니꺼. 옥상에도 두 번 올라갔어예. 죽으려고."

그녀 말대로 마음을 '단디(단단히)' 먹고 '지금까지 강영임은 죽었다'는 생각으로 영업에 도전했다. 영업직이라면 '통과의례'처럼 하는 속칭 '빌딩타기(대형 빌딩을 찾아 물품 구매 등을 권유하는 것)'도 해봤다. "뻔하지예. 한두 번이었겠습니꺼. 잡상인 나가라며 다들 내치대예. 샘플만 받고 쫓아내는 경우도 많았심더."

처음 3개월은 그야말로 물 밖에 나온 물고기 꼴이었다. 입은 있되 말이 떨어지지 않았고, 어딜 가야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답답해하는 강씨를 보고 남편은 "바람이나 쐬자"며 인근 저수지 낚시터로 향했다. "낚싯대를 올려놓고 종일을 앉아 있었는데 한 마리도 안 잡히는 거지예. 그런데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더니 낚시터 이쪽저쪽에 깻묵을 던지는 거라. 그걸 먹으려 한쪽서 물고기들이 튀어 오르는데…. 물고기 몰려 있는 곳에 낚싯대를 대니 척척 찌를 무는 거 아임니꺼. 그때 깨달았지예. 우선 물고기 많은 곳을 찾자!"

화장품의 주요 고객인 여성들이 많은 곳이 어딜지 떠올렸다. '아! 그래 사우나!' 방문 판매라면 '찾아가야 한다'는 게 기본일 텐데 거꾸로 '눌러앉는' 공법을 택했다. '역발상'이었다. 인천에 있는 적당한 크기의 24시간 영업 목욕탕을 찾았다. "다녀보니 하루에 많아야 4~5집밖에 못 가게 되더라고예. 그런데 사우나에선 많게는 하루에 50명도 만나니까,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었지예."

"1명을 만나도 250명 대하듯 극진히…"

무뚝뚝한 성격을 고치기 위해 스피치 학원과 웃음 치료 학원에 다녔다. "처음 몇 개월은 쑥스러버서 사우나에서 옷도 입고 있었어예. 그런데 다들 절 위아래로 스캔해 보면서 뭔가 꺼리는 기라예. 누가 그러대예. 남자들도 중요한 비즈니스 할 때 사우나 하면서 마음을 나눈다 아임니꺼. 지도 벗었지예. 목소리 톤도 높게, 말투도 빠르게 바꿨심더. 넉넉한 체구의 아지매가 하도 쌀라대서(떠들어서) 그런지 사람이 몰리대예."

그야말로 '카운셀러'가 됐다. 공인중개사 역할도 했다가, 재무관리사도 됐다가, 중매쟁이 역할도 했다. 그러길 10년. 손님들은 목욕탕집 주인은 몰라도 강씨는 알았다. "우리는 지나가는 강아지한테도 함부로 못한다 아임니꺼. 주인이 고객이 될 수 있으니. 사람 얻는 방법예? 미안하게 만드는 거라예. 식당 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무 조건 없이 서빙도 도와주고, 절 미워하는 사람한테 일부러 더 샘플도 많이 주고 보디로션도 매번 발라주고 발마사지도 해주고…. 처음엔 절 밀쳐내도, 나중엔 안 해주면 서운해 하데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큰 자존심을 위해 작은 자존심 같은 건 버리자 생각했다. "미국의 유명한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의 1인 250법칙 있잖습니꺼. 한 사람이 미칠 수 있는 인간관계 범위가 250명이라고예. 그러니 단 한명을 만나도 250명 대하듯 극진히 대접해야 한다 아님니꺼."

나만의 봉고차를 가슴에 품어라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혼주가 사돈댁을 그녀에게 소개했다. 3대가 그녀의 고객이 되기도 했다. "중간에 금방 그만두는 후배들을 보면서 왜 그럴까 생각해 봤어예. 차이는 간단했심더. 지는 다른 거 해볼까 꿈에도 생각 안 했거든예. 영업하는 게 좋아 미쳐 있었으니까예. 근데 요즘 사람들 직장 구하기 힘들다 해도, 영업 좀 해보고 안 되겠다 금방 포기하는 거 보면 선택의 여지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고예…."

그토록 원하던 1등이 됐는데 더 이상의 목표가 있을까? 그녀에겐 '기부'가 또 다른 목표가 됐다. 올해 '봉고차 기부'로 1차 목표를 이뤘다. "아는 분이 아프리카 봉사를 하는데, 먼 지역 아이들까지 먹을 걸 나눠주려면 봉고차가 필요하다대예. 작년에 그 이야길 듣고 꼭 봉고차를 선물하겠다고 다짐했심더. 내년에도 다른 기부 목표를 세워야 않겠습니꺼. 누가 절 을(乙)이라 부릅니꺼. 이제부터 봉사의 갑(甲) 좀 돼 볼랍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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