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착용 웨어러블 스마트폰 `페블워치`, 안드로이드 기반 저가형 콘솔게임 `오우야`, 가상현실 체험 헤드세트 `오큘러스 리프트`가 가진 공통점이 있다. 바로 `크라우드(Crowd) 펀딩`을 통해 빛을 본 기술이란 점이다.
아이디어는 가졌지만 돈이 부족한 벤처 창업가나 공연자가 불특정 다수로부터 소액의 자금을 십시일반으로 투자받는 크라우드 펀딩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기성` 투자 환경에서 소외되면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대중(Crowd)을 통해 투자 자금을 모으는(Funding) 투자유치 방식이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인터넷이나 중계자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소액을 투자받아 목표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과 전하진 의원 등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오는 2월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
투자 규모만으로는 `불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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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크라우드 펀딩이 본격 시작된 것은 지난 2007년 `개인간(P2P) 금융`이란 명칭으로 도입되면서 부터다. 이후 펀듀, 디스이즈트루스토리, 업스타트 등이 생겨나면서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을 중심으로 기부와 후원형 펀딩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 528억원 정도로 북미 지역 1조9200억원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보잘것 없다. 이 마저도 2012년 당시 총선과 대통령 선거로 각 후보 캠프에서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거비용을 만든 결과다. 선거자금을 제외한 순수 펀딩 금액은 74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까지 30여개 크라우드 펀딩기업이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펀딩 규모는 업체당 평균 2억~3억원에 그친다. 미국의 손목형 스마트기기 `페블워치`가 1000만달러를 넘게 자금유치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람으로 치면 한국 크라우드 펀딩은 아직 걸음마 조차 제대로 떼지 못한 셈이다.
이처럼 크라우드 펀딩이 아직 우리나라에선 자리잡지 못한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신뢰성과 영세성을 꼽았다.
고용기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장은 “국내 크라우드 펀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소액 대출인데 대부분 상환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펀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신뢰성 확보가 안되니 돈이 안 걷히는 꼴이다.
크라우드 펀딩 규모가 작아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기술벤처분야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던 한 투자자는 “크라우드 펀딩의 대부분이 대출형으로 생계지원 차원이나 작은 아이디어 상품을 후원하면 이를 상품으로 되받는 형식이어서 규모가 수백만원 안팎 펀딩에 그치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콘텐츠분야 투자 특성에는 `적격`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소규모 공연과 독립영화에서 성과를 거둔 것은 고무적이다. 기존 금융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투자 열매를 거둔 사례다.
영화 `26년` `천안함프로젝트` 등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은 것이 대표적이다.
만화가 강풀이 5·18 민주 항쟁을 그린 웹툰 26년은 1만5000명으로부터 7억여원을 모금했고, 천안함프로젝트는 펀딩을 통해 극장에서 상영까지 했다. 또 거창 양민학살사건을 다룬 영화 `청야`도 이달 개봉을 앞두고 크라우드 펀딩에 나섰고,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헌정영화 `수요일`(가제)도 마찬가지다.
대중가요계에서는 1세대 아이돌그룹 젝스키스 멤버 김재덕과 그룹 제이워크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총 339명으로부터 287만원을 모았다. 이 외에도 김형중, 슈퍼스타K2 출신 김지수 등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500만∼1000만원 상당 금액을 팬들로부터 투자받았다. 소액으로 투자에 참여하는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창작자를 도왔다는 뿌듯함이, 아티스트에게는 창작비용 부담 감소라는 측면에서 서로 `윈윈`이다.
고용기 회장은 “콘텐츠분야는 적은 금액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는데다 작품을 미리 알리는 홍보 차원에서도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대표적 분야”라고 지적했다.
펀딩 참여자 입장에서도 작품을 후원함으로써 정치·사회적 일원으로서 자신의 존재나 뜻을 표출하고 원하는 작품 관람으로 문화소비에까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분투자형이 펀딩 규모 확대 이끌 것”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크라우드 펀딩의 규모가 커져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했다. 특히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초기 자금 애로를 덜어주고, 성장 자양분으로서 역할하기 위해선 지분 투자형 활성화를 통해 `틈새 투자시장 창출`과 `자금 조성 다양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엔젤 투자 규모가 매년 감소추세여서 `창업`과 `창직`을 위해선 초기기업에 대한 지원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강화돼야 할 상황이다. 미국은 엔젤투자가 2011년 기준 225억달러로 벤처캐피털 투자 291억달러에 근접한 수준이지만 우리 엔젤 투자는 전체 벤처투자 11억달러 대비 고작 2%에 불과하다.
초기 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역할이 커져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자금시장 여력은 극히 미미한 상황이다.
고용기 회장은 법제화를 추진 중인 지분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은 초기기업에게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도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회장은 “기존 대출이나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으로는 단기 자금을 융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초기기업의 상품 제작이나 운전자금으로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많다”며 “적은 금액이라도 지분투자를 통한 펀딩이 이뤄지면 단기 상환부담이 크지 않고 또 기업이 성공할 경우 과실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콘텐츠업계에도 지분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적용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고 회장은 “성공 확률이 낮은 사업을 추진하는 영세한 콘텐츠 기업 역시 기존 회사가치와 별개로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투자가 이뤄질 경우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성공 수익을 나눌 수 있어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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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경민 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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