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23, 2015

웨딩 시즌…한인 부모-자녀 '결혼식 문화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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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5/06/23 미주판 3면    기사입력 2015/06/2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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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 많이, 자녀는 최측근
먼저 하객 초청 놓고 부딪혀

"화환 있어야 뽐나지" 생각에
녀들은 장례식 같다 질색

피로연 김치·떡 놓고 실랑이
1, 2부 시간 조율도 의견충돌


6월, 웨딩시즌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비 신랑신부의 투닥거림은 필수다. 신랑신부 둘 사이에서 의견 차를 좁혔다 하더라도 한바탕 더 전쟁을 치러야 한다. 부모님과의 세대 차, 한국-미국 문화 차다.

웨딩플래너들에 따르면 처음 부딪치는 건 하객 대상을 정할 때다. 부모 세대는 많은 사람이 오길, 자녀 세대는 정말 친한 사람을 부르길 원한다.

A웨딩숍 관계자는 "최근에는 가족 등 최측근만을 초청하는 '스몰 웨딩'을 선호하는 추세라 조율이 쉽지 않다. 부모님은 '지금까지 뿌린 축의금이 얼만데' 싶고, 자녀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초대해야 하나'하면서 마찰을 빚는다"고 말했다.

그 다음은 예약이다. B웨딩숍 관계자는 "정확한 하객 수를 알아야 그에 맞춰 식사, 선물 등을 준비하는데 부모님 친구분들은 도통 예약을 하지 않는다"며 "부모 세대는 예약에 무신경해 자녀들과 맞붙곤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결혼한 윤모(33)씨는 "부모님을 통해 여러 차례 예약을 당부하고 확인해도 부모님은 "그날 오면 되지, 예약은 무슨…" 하고 말았다. 한 사람당 평균 50~100달러 하는 식사 값을 생각하면, 참석할 것이라고 믿고 하객 수를 무작정 넉넉히 잡을 수 없지 않은가. 다행히 내 케이스는 10명 안에서 맞아 낭비를 안 했다"고 말했다.

화환 때문에도 충돌하기도 한다. 부모 세대는 화환을 원한다. 사회적 지위, 인맥 등을 말해주는 일종의 병풍이기 때문이다. 2년 전 딸을 시집보낸 김모(54)씨는 "아빠의 사회적 위치와 한국 문화를 생각해서 화환 오는 걸 막지말라고 했는데, 딸아이는 장례식 같다며 질색했다. 이해시키는 데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치도 있다. 피로연 음식을 놓고 다시 결전이다. 부모님은 어르신들도 많이 오는데 김치와 떡 등 한국 음식이 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하지만 신랑신부는 전체 웨딩 콘셉트에 맞지 않는 '스테이크에 김치'는 결사 반대다. 결혼 사진업체 관계자는 "결혼식 날 무턱대고 맞춘 떡을 들이미는 어머니도 계셨다. 호텔 규정상 외부 음식을 들이지 못해 난감해 하던 어머니 모습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 다음 넘어야 할 산은 웨딩 분위기다. 부모가 종교인일 경우, 목사 등 성직자의 기도·설교·찬송가가 빠질 수 없다. 반면 신랑신부는 근엄한 식순을 빨리 끝내고 2부 파티를 즐기기 원한다.

지난달 결혼한 배모(29)씨는 "이해는 하지만 너무 해요. 몸이 굳어지고 피곤해 졸뻔 했어요"라며 "젊은 사람들이 제일 걱정하는 게 이 부분일걸요"라고 말했다.

샤인 엔터테인먼트의 김태희 코디네이터는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신랑신부에게 처음부터 부모님과 같이 만나자고 한다. 상황을 설명하고 각자가 원하는 바를 조율하면 서로 조금씩 양보한다"고 말했다.

3가이스(Guys) 이벤트의 라이언 박 디제이(DJ)는 "각자 경험에 의한 개념의 차이에서 오는 의견 충돌이 대부분"이라며 "결국엔 부모님이 이해를 하고 자녀가 원하는 쪽으로 하도록 허락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예 부모와 자녀가 원하는 대로 각각 순서와 공간을 나눠 진행하는 콘셉트를 잡기도 하지만 부모님이 신경 쓰는 이유가 기쁘고 중요한 날이라 우려를 하는 것인데 막상 젊은 세대, 미국식 웨딩 문화를 경험해보고 이를 즐기시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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