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29, 2015

입력 : 2015.06.30 03:00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후원금을 모으려고 뉴욕 아폴로극장에 섰다. 그는 대뜸 노래부터 불렀다. "당신과 깊은 사랑에 빠졌어요." 식전 공연을 한 앨 그린의 '우리 함께해요(Let's stay together)' 첫 소절이었다. 제목과 가사가 행사에 딱 맞았다. 가성 섞은 달콤한 목소리에 객석은 열광했고, 310만달러가 걷혔다. 한 달 뒤 백악관에서 거장들이 블루스를 공연했다. 여든일곱 살 B B 킹을 비롯해 버디 가이, 제프 벡, 믹 재거….
▶마지막 무대는 흥겨운 시카고 블루스의 고전 '스위트 홈 시카고'였다. 오바마가 못 참고 일어섰다. 박수로 장단 맞추며 몸을 흔들었다. 시카고는 그의 정치적 고향이다. 믹 재거가 한 대목을 부른 뒤 버디 가이가 오바마에게 권했다. "앨 그린 노래 들었는데 멋지게 시작했으니 마저 더 해보시라." 오바마가 사양하다 마이크를 받았다. 빠른 박자와 높은 음을 놓치지 않고 신나게 불러 젖혔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오바마는 아이팟에 2000여곡을 갖고 있다고 한다. 미셸은 "남편이 늘 노래를 흥얼거리고 욕실에선 목청껏 부른다"고 했다. 빌보드지(誌)가 2011년 '음악적 대통령'을 뽑았다. 5~2위가 첼로·바이올린을 켰던 제퍼슨, 좋아하는 음악을 모아 음반을 낸 아이젠하워, 피아노 연주자·작곡가 닉슨, 색소폰 솜씨를 뽐낸 클린턴이었다. 1위는 오바마다. 노래들을 다시 들어보니 그럴 만하다. 감정 싣고 리듬 타되 과하지 않아 마음을 끌어당긴다. ▶지난 주말 오바마가 오래 남을 '대통령의 노래'를 불렀다. 찰스턴 흑인 교회 총기 난사에 희생된 목사의 장례식에서다. 그는 높은 어조로 추도사를 시작해 이내 용서를 말했다. "범인은 희생자 유족이 자기를 용서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며 "그것은 신의 은총"이라고 했다. "모두 선량함이라는 은총을 찾는다면 모든 게 바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놀라운 은총)"라고 두 번 읊조리더니 침묵했다. 그러곤 조용히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시작했다.
▶처음엔 웃고 환호하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섰다. 따라 부르며 팔 들어 찬양하고 눈물을 훔쳤다. 오바마는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불러 그들이 "은총을 찾았다"고 했다. 35분 추도사는 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에 버금가는 기념비적 연설로 평가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역대 최고의 사회 통합 메시지"라고 했다. 분노와 증오를 레이저처럼 쏟아내는 대신 미국 대통령은 위로와 치유를 노래했다.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그 감성적 리더십이 부럽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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